EU, 신평사에 뿔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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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7-07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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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요한 논의 때마다 국가 신용등급 강등 찬물<br/>"'경제'보다 '정치' 영향력" 규제 강화 경고<br/>"위기 대응 실패 신평사 탓으로 돌려" 비난도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유럽연합(EU)이 재정위기 수습 과정에 사사건건 딴죽을 걸고 있는 세계 3대 신용평가사들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EU는 공공연하게 정치성을 드러내고 있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무디스, 피치 등 3대 신평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EU가 위기 대응 실패에 따른 책임을 신평사 탓으로 돌리려 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포르투갈 신용등급 강등 시점·폭 의혹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일 EU 고위 관리들이 무디스가 전날 포르투갈의 국가 신용등급을 네 단계 강등한 시점에 의혹을 제기하며, 3대 신평사들에 대해 새로운 규제조치를 취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주제 마누엘 바로수 EU 집행위원장은 그리스 사태 해결을 위한 민간 참여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한창인 가운데 무디스가 전날 포르투갈의 국가 신요등급을 네 단계 떨어뜨린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디스의 결정은 시점과 강등폭이 과도했다는 점에서 유감스럽다"며 "우리는 포르투갈의 상황이 그보다는 낫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프랑수아 바루앵 프랑스 재무장관도 전날 무디스의 결정이 의사결정 과정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는 그리스 사태 해결을 위한 민간 참여 방안으로 논의되고 있는 '프렌치플랜'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앞서 S&P는 프렌치플랜이 이행돼도 그리스의 채무불이행(디폴트)은 막을 수 없다고 경고한 바 있다.

프렌치플랜의 얼개는 금융권이 보유한 그리스 채권 가운데 2014년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의 70%를 재투자(차환·롤오버)하는 것이다. 채권의 90%를 원금보장 없는 5년물 국채로 교환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중요한 논의 때마다 찬물…소수독점 깨야
FT는 이날 바로수의 발언은 EU 내에서 신평사에 대한 기존 입장을 바꾸자는 모종의 합의가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이날 "무디스 발표의 근거를 이해할 수 없다"며 "3대 신평사들의 소수독점을 깨뜨려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EU는 특히 신평사들이 재정위기 대책을 비롯한 각종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 부당하게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EU는 그 근거로 신평사들의 국가 신용등급 강등 결정이 재정위기 해법을 도출하기 위한 논의가 예정된 시점에 이뤄졌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일례로 S&P는 지난달 EU 정상회의를 앞두고 그리스의 국가 신용등급을 강등했고, 앞서 무디스는 지난 3월 유로존 정상들의 특별 회동 나흘 전에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깎아 내렸다. 같은달 EU 정상회의 당일에는 피치가 포르투갈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렸다. 무디스도 지난해 12월 EU 정상회의가 열린 날 아일랜드의 국가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했다.

EU의 한 관리는 "신평사들이 경제를 다루기보다 정치를 하려 한다"며 "주요 회의와 맞물려 국가 신용등급 강등 결정이 내려진 것은 결코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신평사들의 결정은 즉각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전날 무디스가 포르투갈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리자, 포르투갈 국채의 수익률은 일일 기준으로 올 들어 최대폭 올랐고, 프랑스 고속도로 운영업체인 오토루트뒤수드는 예정됐던 채권 입찰을 포기해야 했다. 10년 만기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도 2008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5%를 돌파했다.

이탈리아는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7개국) 내에서 경제 규모가 상대적으로 커 재정위기가 전이될 경우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때보다 훨씬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위기 대응 실패 책임 신평사 탓?" 비판도
신평사들은 EU의 공세가 마뜩잖다는 입장이다. 무디스 대변인은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부채의 신용리스크를 평가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S&P 측은 "우리는 투자자들에게 이미 공표한 기준에 따라 일관된 견지에서 신용을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EU 당국자들이 신평사들을 공격하고 나선 것은 유권자와 시장의 관심을 딴 데로 돌리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위기 대처 실패에 따른 비난을 피하기 위한 술수라는 설명이다.

경제 컨설팅업체 리디파인의 소니 카푸어 애널리스트는 "EU 지도자들은 자신들이 유로존 위기를 엉망으로 다룬 것을 두고 신평사 탓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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