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경제부처, 증권업계, 금융권 등에 따르면 현재의 글로벌 경제위기가 더욱 악화될지, 아니면 진정 국면에 들어설지 여부는 다음달 사실상 판가름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 이유는 다음달 이탈리아 발행 수십조 규모의 국채가 만기가 도래해 재정위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사실상 결정되고 이는 유럽 재정위기의 확산 여부에도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 만기가 도래하는 이탈리아 국채 규모는 390억유로(약 60조원)에 달한다. 1일에 절반을, 나머지 절반은 15일 상환해야 한다.
박중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탈리아가 다음 달을 잘 넘긴다 하더라도 내년에도 막대한 규모의 국채 상환 일정이 기다리고 있어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는 주요 7개국(G7)에 들어가는 선진국이므로 이 나라의 위기는 그리스, 포르투갈과는 전혀 다른 차원으로 평가될 정도로 위험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미국·유럽 등의 적극적인 정책 대응만이 유일한 타개책이라는 분석이다.
이상재 현대증권 연구원은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구제금융을 신청하거나 프랑스 은행이 도산을 신청할 경우 지난 2008년 9월 리만부도 신청 이후 장기 악순환적 침체에 진입했듯이 재정·신용위기에 이어 경기침체 악순환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증시는 유럽 우려에 2차 패닉 상태에 돌입했다. 미국 뉴욕증시는 지난 18일(현지시간) 419포인트(3.68%) 하락한데 이어 19일에는 172포인트(1.57%) 빠졌다. 1차 패닉은 지난 8월 첫째주 급락이었다.
모간스탠리, 시티그룹, 핌코 등은 일제히 미국과 유럽이 경기침체에 위험할 만큼 근접했다고 경고하고 있다. 심리지표 성격이 강한 8월 미국 필라델피아 제조업지수 급락이 실물경기 침체 공포를 확산시켰다. 또한, 유로존 재정위기에 이어 민간은행 신용위기로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에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유럽연합(EU)통계청,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007년 1.5%, 2008년 2.7%, 2011년 4.0%를 나타냈다. 국가채무는 GDP 대비 2007년 103.6%, 2008년 106.3%, 2009년 116.1%, 2011년 120.3%로 늘었다.
반면 경제성장률은 2007년 1.4%, 2008년 -1.3%, 2009년 -5.2%, 2010년 1.2%로 극심한 경기후퇴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매우 높은 지하경제 규모도 이탈리아의 국채 상환 능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이탈리아의 지하경제 규모는 GDP의 21.7%(2009년 기준)로 OECD국가 중 그리스 다음으로 높아 이탈리아의 세수기반을 약화시키고 있다. 또한 평균임금대비 연금액(소득대체율)이 67.7%(2007년 기준)로 그리스보다 낮으나, 조기은퇴에 따라 노령연금지출은 11.7%(2007년 기준, GDP 대비)로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인 것도 이탈리아의 재정구조를 취약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이에 따라 만약 이탈리아가 다음달 도래하는 국채를 상환하지 못하면 그 위기는 이탈리아 등이 발행한 국채를 대량 보유한 유럽 금융기관들로 확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최근 정치적 불안, 경제성장 둔화, 과다한 국가채무 등 재정위기를 발생시킬 수 있는 잠재적 위험요인이 부각되고 있다”며 “재정상황 악화에 따라 유로존 3위 경제국인 이탈리아까지 재정위기 발생 시 파급효과가 커질 전망”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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