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구이(酒鬼), 마오타이 등 바이주 2병을 연속으로 비우고 007가방에 금박으로 싸인 정체불명의 바이주까지 마신 후 우리는 97년도산 얼궈터우주(二鍋頭酒, 이과두주)까지 군침을 흘렸다. 선배네 삼촌이 집 앞 마당에 10년 동안 묵혀놓은 '골동품 술'이라고 했다. 참고로 얼궈터우주는 우리네 중화요리집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서민 바이주다. 우리는 귀한 술이니 다시 넣어두라며 개봉을 하지는 않았지만 한편 상하진 않았을까 불안한 마음도 한켠에 있었다. 그렇다면 바이주는 과연 오래 묵혀두어도 괜찮은 것일까?
바이주는 비교적 장시간 숙성시켜야 술맛이 부드럽고 깔끔하면서도 진해진다. 그래서 일부 사람들은 바이주는 오래될수록 좋다고 생각하지만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 비록 바이주에 유통기한이 정해져 있지 않지만 장시간 보관되는 중 생성되는 물질이 술의 품질에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술은 숙성되는 과정에서 알코올이 유기산과 화학반응을 일으켜 여러 종의 에스테르(알코올이 유기산과 반응하여 수분을 잃고 축합하여 생긴 화학물의 총칭) 물질을 만든다. 이 에스테르 물질들은 각각 특수한 향기를 가지고 있다.
술의 에스테르화 반응은 천천히 이루어지기 때문에 우수한 품질의 술은 일반적으로 3~4년 정도 보관기관을 거치고 때로는 더욱 긴 시간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러나 에스테르화 반응이 일정 정도에 다다르면 균형을 이루게 되고 더 이상 반응하지 않는다. 만약에 이 시점을 넘어서까지 계속 저장한다면 술 도수가 떨어지고 술맛이 심심해지며 알코올이 휘발돼 손실되는 양도 많아진다. 특히 일부 중저도주(30, 40도대 도수의 술)의 경우 블렌딩 과정 중에 착향료 등을 첨가하기 때문에 이러한 종류의 술은 오래 보관하면 안된다. 오래지나면 술 맛이 씁쓸하고 떨떠름하며 한편으론 느끼하게까지 변한다.
한편 향형(香型)이 다른 바이주는 보관기간도 다르다. 보통향형의 바이주는 5년이 지나면 맛이 맹맹해지고 향기도 줄어든다. 그러나 마오타이처럼 장향형 바이주는 오래 보관할수록 좋다. 우량예 같은 농향형 바이주의 경우는 아직 정의가 내려지지 않은 상태로 전문가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한 상태이다.
또한 저도주(30도대의 바이주)의 경우 짧게는 1년 정도가 지나면 에스타르 물질이 물에 용해돼 맛이 담백해지기 시작한다. 따라서 저도주 바이주를 고를때는 생산일자를 보고 2년 이하의 것으로 고르기 바란다.
결론적으로 바이주는 적당한 시간 동안 보관해야지 오래되었다고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바이주를 구입할 때 얼마나 오래되었는가를 기준으로 구매하지 말고 색, 향, 맛 등 여러 방면을 두루 고려하여 맛있는 술을 고르는 것이 좋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