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시간) 미국 서부 라스베가스를 방문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정부는 30년 만기에 현 최저 금리 수준인 연 4%로 재융자하는 방안을 곧 시작할 방침”이라고 전격 발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4470억달러 규모의 일자리 창출 법안이 의회에서 계류되어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며 공화당을 공격하고,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각오로 새 구제안을 시행하겠다”고 다짐했다.
새 주택 경기 부양책은 주택 가격 대비 융자 원금 비율 조건을 없애고 재융자 수수료 부담을 줄인 것이 특징이다. 단 지난 2009년6월1일 이전에 융자를 받은 소유주들에 한하며, 지난 1년간 한번도 월 납입금을 연체하지 않아야 한다. 또 지난번 '호프(HOPE)' 재융자·재조정 정책처럼 해당 주택의 모기지 채권을 패니매나 패니맥이 소유하고 있어야 한다. 다른 제3의 투자자에게 팔려나간 모기지 채권의 주택은 이번 대책의 지원 대상이 아니다.
새 부양책에 따른 월평균 납입금은 200~300달러 이상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오바마 정부는 주택 소유주들의 모기지 이자 부담을 줄이고 일반 소비 지출을 증대시켜 경기 부양효과를 최대한 이끌어 낸다는 복안이다. 주택 당국은 새 구제안이 시행되면 당장 약 100만 주택 소유주들이 혜택을 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이번 대책 시행으로 납세자들의 추가 부담은 없다”고 밝혔다. 재선 운동을 하고 있는 오바마 캠프로서는 돈을 안들이고 부양책을 사용하려니 고육지책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여전히 900만명에 가까운 소유주들이 월 융자 납입금 부담과 집값 하락으로 고통받고 있어 추가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등 경제 대책 관련 당국은 그동안 행정부에 더 강력한 주택 경기 부양책을 요구해 왔다. 중앙은행 단독의 추가적인 양적완화 등 만으로는 현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날 뉴욕 연방은행의 윌리암 더들리 총재는“당장 주택 소유주를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이 시급하다”면서“여러가지 절차상의 문제 등으로 실제 도움이 필요한 보유자들이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지난 3년간 시행한 호프(HOPE) 재융자·재조정 정책이 취지는 좋았지만 실제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 정책은 당초 500만명에게 도움을 주는 것을 목표로 했지만 약 90만명만이 월 납입액을 줄인 데 그쳤다.
다른 연준 관계자들은 “주택 경기 부양과 관련해 주택 모기지 채권을 대량 구입해 이자율을 하락시키는 방안도 강구돼야 한다”고 강력 주장하고 있다. 이는 또 한 차례의 양적완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방안이다.
관건은 은행들이 얼마나 협조할 지다. 기존 HOPE 구제안을 시행하면서도 은행들은 자신들이 주택 모기지 채무 불이행에 따른 부담을 질까 우려해 까다로운 조건을 부가했다. 이에 따라 가장 목소리가 큰 유권자 그룹 중 하나인 주택 보유자들은 오바마의 주택 부양책과 더불어 경제 정책 전반에 대해 불만을 토로해 왔다.
[워싱턴(미국)=송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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