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령하라”고 했더니 어만 것을 점령하고 있네...캐치프레이즈 홍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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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10-28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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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집을 점령하라”, “교실을 점령하라”, “환경을 점령하라” …

원래 점령하라의 원판인‘反월가 시위’와는 다른 성격의 광고·칼럼제목·세미나 등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대형 금융회사들의 탐욕과 경제적 불평등에 항의해 6주 전 미국 뉴욕 맨해튼의 주코티 공원에서 시작된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는 시위가 전 세계로 확산된 후 “점령하라(occupy)”는 표현을 차용한 캐치프레이즈가 쏟아지고 있다.

'월가점령’ 시위의 확산되던 초기단계에는 “런던을 점령하라”, “보스턴을 점령하라”는 식으로 시위가 예정된 도시의 이름을 딴 유사 캐치프레이즈가 속속 등장했다.

그러나 이제는 항의시위와는 성격이 전혀 다른 광고나 신문 칼럼, 대학의 세미나에서까지도 '점령하라'는 표현이 난무하고 있다.

블록 장난감 레고를 이용한“레고랜드를 점령하라”는 페이스북에서 인기를 끈 지 오래며, 어린이 TV쇼 프로그램에서 차용한 “세서미 스트리트를 점령하라”는 온라인에서 재미난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어린이의 조기교육 확대를 옹호하는 칼럼에 “교실을 점령하라”는 제목을 달았으며 AP통신은 대학 스포츠 챔피언십 시리즈(college‘s Bowl Champions Series)에 관한 기사를 “BCS를 점령하라”는 제목으로 다뤘다.

심지어 아이비리그 대학인 코넬대에서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주제로 한 세미나를 “환경을 점령하라”는 제목으로 주최했다.

미 프로농구(NBA)의 구단주와 선수노조의 마찰로 정규시즌 개막이 미뤄진 상황은 “NBA를 점령하라”는 모토로 풍자되고 있다.

이같이 유사 캐치프레이즈가 난무하고 있는 현상에 대해 원래 반월가의 메시지가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한편에서는 그저 재미있는 풍자일 뿐이라고 옹호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뉴올리언스 출신의 자크 체니(24)는 “’술집을 점령하라‘는 운동은 재미있지 않은가? 이 정도의 유머는 별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롱아일랜드에 거주하는 한 남성이 “월가를 점령하라”는 문구를 T셔츠와 핸드백 등에 로고로 사용하기 위해 상표등록을 출원하자 ’월가점령‘ 시위자들 사에서는 자신들의 진정성이 영리목적으로 이용되는데 대해 분개하기도 했다.

한편 미 뉴멕시코의 앨버커키에서는 “앨버커키를 점령하라”는 구호가 “앨버커키를 점령하지 마라(Unoccupy Albuquerque)”는 식으로 살짝 바뀌어 눈길을 끌었다.

과거 유럽에서 건너온 백인들에 의해 자신의 터전을 빼앗긴 원주민 인디언들이 다수 거주하는 뉴멕시코에는 “점령하라”는 표현이 갖는 부정적인 뉘앙스를 의식한 때문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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