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가디언은 지난 9일 국제 에너지기구(IEA) 수석 경제학자 페이스 브리톨의 말을 인용, 당장 화석 연료 사용을 급격히 줄이지 않으면 5년 후 인류에게 재앙이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문에 따르면 브리톨은 오는 28일부터 남아공에서 열리는 제17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에서“2012년 이후 효력을 상실하는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면 지구 온난화 대응은 요원해 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지구 온난화로 발생한 이상 기후 현상을 돌이켜 보면 브리톨의 지적은 단순한 허풍이 아니다. 지난해 러시아는 섭씨 40도에 육박하는 기록적인 폭염으로 홍역을 치렀고, 한국도 올 여름 불과 1주일 만에 1년 강수량이 모두 쏟아지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최근에는 아시아의 관광대국 태국이 국토의 절반 이상이 물에 잠기는 최악의 홍수를 겪고 있고, 지난 7월부터 동아프리카를 덮친 가뭄으로 1000만명 이상이 고통 받고 있다.
태국의 홍수 사태는 아직도 진행중이다. 지난 7월부터 현재까지 태국은 3개월 넘게 64개주(州)가 침수돼 사망 552명, 이재민 250만 명의 인적 피해를 냈고, 산업지역이 물에 잠겨 1만여개의 공장이 침수돼 66만여 명의 실질자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유∙무형의 경제적 손실이 약 18조원에 이르고,국민총생산(GDP) 성장이 2%p나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향후 복구 및 치수사업에만 32조원 가량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태국에 지난 수년간 부품 및 생산 공장을 집중 배치한 일본도 큰 피해를 봐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자동차 3사의 공급망(Supply-chain)이 붕괴되고 소니의 경우 올 회계연도(2011년4월~2012년3월)까지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달 태국의 대척점에 있는 미국 동부는 가을 폭설로 뒤덮였다. 이 폭설로 인해 12명이 사망했고 220만 가구가 정전을 겪었다. 메릴랜드에서부터 뉴잉글랜드에 이르는 미 북동부 지역은 한때 330만 가구 이상의 전력이 두절, 시민들은 추위와 어둠에 떨어야 했다. 또 도로, 철도, 항공을 비롯한 교통도 끊겨 시민들의 발이 묶였다. 코네티컷주 하트포드 지역에는 최고 52㎝의 눈이 내리면서 대부분 지역에서 정전 피해가 발생, 최대 77만 가구가 정전됐다. 뉴욕 시도 적설량은 7㎝가 조금 넘는 수준이지만 10월에 내린 눈으로는 관련 통계가 시작된 1869년 이후 가장 많은 눈이 내렸다.
지난 여름, 한국에도 기록적인 폭우가 찾아왔다. 지난 7월 26일부터 3일간 쏟아진 집중호우로 서울은 10년만에 사상 최악의 물난리를 겪었다. 서울에는 시간당 최고 113mm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한강이 범람했고, 서울 시내 주요 도로는 운하로 변했다. 지하철 역이 물에 잠기고, 고속도로도 한시적으로 통제됐다. 이틀 동안 최고 431㎜의 기록적인 폭우에 우면산도 무너졌다. 이 산사태는 인근 주민 9명의 목숨을 앗아 갔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3일간의 폭우로 인해 전국적으로 사망 27명, 실종 6명, 부상 32명의 인명 피해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기상 전문가들은 지구촌의 잇단 기상이변의 근본 원인을 지구 온난화와 해수면의 온도 변화를 지목했다. 지난 7월 말 라니냐가 촉발한 폭우가 예년보다 25%나 많은 강수를 동반하면서 태국을 강타하는 바람에 최악의 홍수 피해가 일어났다고 WSJ는 분석했다. 라니냐는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낮아지면서 동남아시아와 호주 북부 및 동부에 정상보다 많은 강우량을 유발하고 열대성 폭풍의 위험성을 높이는 이상기후 현상이다. 반대로 미국의 가을 폭설은 대서양의 서쪽 수온이 예년보다 높아졌기 때문이다. 북쪽에서 이상 발달하며 남하한 찬공기가 따뜻한 바다와 만나 강한 눈구름을 형성했고 이 눈구름이 미국 북동부 지역에 눈을 뿌렸다고 NYT는 분석했다.
최근 미국과 중국, 이스라엘 과학자들로 구성된 국제 연구진은 네이처와 지오사이언스지에 발표한 연구에서 대기오염 물질이 증가하면 구름 형성에 강력한 영향을 미쳐 건조 지역에서는 강우량이 줄고 비가 많은 지역이나 계절에는 강수량과 폭풍이 늘어 기후의 양극화 현상을 부추킨다고 밝혔다.
지난 2월에는 한국인 민승기 박사를 포함한 캐나다 환경청 연구팀은 네이처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유럽과 북미, 아시아에서의 폭우와 폭설이 증가한 이유로 급격한 도시화와 산업화에 따른 온실가스의 대폭적인 증가를 꼽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기사에서 "어떤 이유에서든 지구촌에 극단적인 이상 기후현상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면서 "이에 대한 원인을 찾아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인류는 지질시대 수많은 생물들이 일시에 사라지는 대멸종의 재앙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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