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당수 대기업은 2대 오너 경영인 교체기였던 2000년대 오너 일가 지분으로만 구성된 비상장사를 그룹 내부거래를 통해 키운 후, 이를 상장시켜 주식가치를 10배 이상 늘리는 방식으로 자산을 늘려 왔다. 상장할 경우 주당 가치가 무려 240만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에버랜드(오너 지분 45.56%)나 2005년 상장한 현대글로비스(42.97%) 등이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비상장사의 경우 상장사와는 달리 주식거래나 주식가치 평가가 까다로워 제대로 된 징세조차 이뤄지지 않았고, 정부나 사회단체, 시민들로부터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 급기야 오너 일가에 대한 검찰 조사로까지 이어졌다.
정부가 올 9월 ‘일감 몰아주기에 따른 증여세를 골자로 한 세법개정안을 발표한 데 이어 최근 국세청이 비상장사에 대한 세액 징수 체제를 확립하는 것은, 이를 일시적으로 문제시하는 대신 철저히 양도·증여세를 징수함으로써 폐해를 막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달 발표한 상위 43개 대기업 집단 1083개 계열사 중 총수 일가 지분이 30% 이상인 144곳의 내부거래 비중은 17.9%였다. 50% 이상인 곳은 34.7%까지 올라갔다. 30% 미만인 831곳 평균인 12.1%에 비해 현저히 높은 수치다.
이에 대해 과세로 대응하겠다는 게 최근 정부 시책의 골자다. 시장 경쟁성을 해쳤다는 걸 증명하지 않는 이상 내부거래 만으로는 제제가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과세가 적용될 경우 약 1000억원의 세수 증대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룹에 따라 세금 액수가 적지 않은만큼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더욱이 기업에 따라 일감 몰아주기로만 보기 어려운 부분도 있어 논란도 예상된다. 가령 공정위 역시 현대차(자동차)-현대모비스(부품사) 같은 경우 필연적으로 이어지는 부분인 만큼 일감 몰아주기만 보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대부분 기업들은 아직은 법안에 상정됐을 뿐 국회 통과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직접적인 대책을 내놓고 있지는 않지만, 내부적으로는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삼성그룹이나 현대차그룹 등 재계 3세 시대가 임박한 기업은 물론 당장은 재계 2~3세 구도가 안착한 LG, 롯데, 신세계, 두산, 한진, 효성, GS, 웅진, 동양, 대림, 대한전선 등 대기업 집단으로 분류되는 기업은 대부분 비슷한 상황이다.
중견·중소기업은 생존 자체를 걱정하고 있다. 편법적인 상속·증여가 만연한 것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상속·증여세를 온전히 낼 경우 경영권이 흔들림에 따라 기업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세청은 이달 초 조세피난처를 이용해 자녀에 경영권을 승계한 중견기업가 11명에 대해 2783억원을 추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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