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삼겠다'는 그룹 총수들의 의지가 반영됐다. 과거 우리 기업들은 IMF사태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통해 성장한 경험이 있다. 돈만 쏟아 붓는 건 아니다. 연구개발(R&D)능력 강화 등 내실을 다지는 노력도 함께 한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10대 그룹 가운데 7곳은 올해보다 내년에 투자액을 늘리거나 유지할 예정이다. LG·포스코·한진 등은 시황을 고려, 보수적인 경영에 나선다.
'빅2'인 삼성과 현대차가 우리 기업들의 투자를 이끌고 있다.
삼성그룹의 새해 투자액은 역대 최대치인 43조10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 1일 공격적 투자를 예고한 바 있다. 45조~50조원 안팎으로 추정하고 된다. 투자액 상당 부문은 '신수종사업 확대'와 '주력사업 시장지배력 강화'에 집중된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내년 투자액을 공개했다. 올해 12조2000억원보다 15.6% 늘어난 14조1000억원. 역대 최대 규모다. 신성장동력 R&D(5조1000억원)와 설비투자(9조원)에 쓰인다. 인력 6500명도 신규 채용할 계획이다.
투자에 보수적이던 기업들도 지갑을 열고 있다.
SK그룹은 새해 투자액을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하이닉스 인수가 기폭제가 됐다. SK그룹은 "올해 10조5000억원보다 늘어난 약 15조원 투자를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석유화학과 통신 분야 등 기존 사업 투자액도 늘린다.
롯데그룹은 인접사업으로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불황기에 찾아오는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현금을 확보해 준비된 경영을 하라"고 강조했다. 롯데는 올해 5조500억원을 투자했다.
GS그룹도 올해 2조1000억원보다 48% 증가한 3조1000억원을 내년에 투자키로 했다. 한화그룹은 아직 투자계획을 확정하지 못했지만, 올해 1조6000억원보다 소폭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시황이 어려운 기업들은 수익성 개선에 초점을 두고 있다. 투자액을 유지하거나 줄일 예정이지만, '미래먹거리'에는 돈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다.
LG그룹 신규 투자액은 지난해 21조원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대신 휴대폰 사업 부활에 사활을 걸었다. LG전자는 유상증자를 통해 수혈받은 1조원을 스마트폰 R&D 분야에 집중 투자한다.
포스코는 내년 위기관리 시스템을 전 계열사로 확대하는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다. 투자도 현금창출 능력 범위 내에서 진행한다. 올해 7조3000억원 투자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2조2000억원을 유지한다. 한진그룹은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 투자를 줄인다. 내년 전체 투자액은 4조735억원보다 30% 줄어든 3조3145원으로 추정된다.
김종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2012년은 저성장 기조가 심화되면서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시위기' 상황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며 "전략적 비용절감과 동시에 미래 준비에 힘쓰는 '패러독스' 경영을 구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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