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기부 많은 롬니, 결국 깅리치 이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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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1-29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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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미국)= 송지영 특파원)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선출 사우스 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에게 카운터 펀치를 맞은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오는 31일 플로리다에서는 무려 10%포인트 이상 차이로 깅리치를 이길 것이라는 여론조사 결과 새로 발표됐다.

사우스 캐롤라이나의 영향 때문에 바로 며칠 전까지만 해도 플로리다에서 깅리치가 앞서거나 두 후보가 박빙 승부를 할 것이라는 여론 조사가 발표되었는데, 왜 갑자기 롬니가 다시 우세할까? 깅리치가 과거 하원의장 시절부터 최근까지 각종 비윤리적인 행위로 적발된 내용을 롬니 캠프에서 대규모 TV 광고를 한 것도 주효했다.

그러나 역전 분위기는 롬니가 수천만 달러의 소득을 공개하면서 아이러니하게 시작됐다. 깅리치는 그동안 계속해서 롬니의 소득 내역과 세금을 얼마나 냈는지를 밝히라고 공격했고, 롬니 캠프는 우물쭈물 시간을 좀 끌더니 결국 지난주 초 공개했다.

공개 직후 롬니의 지지율은 예상대로 급락했다. 깅리치가 공격했던 것처럼 롬니는 지난 2년간 무려 4000만 달러가 넘는 소득을 올려 이중 13.9%를 세금으로 냈다. 깅리치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소득세율 보다 훨씬 낮았다. 롬니는 금융 소득이 많기 때문에 실제 소득세율이 높지 않았다. 그동안 민주당은 물론이고 다른 공화당 후보들까지도 부유층 증세를 논하며 이 논리를 활용해 왔다.

롬니가 입은 타격은 작지 않았다. 경선 초기 우세를 지키지 못하고 또 다시 지난 2008년처럼 쓰러질 줄 알았다. 그러나 롬니는 이번 일로 오히려 크게 부활했다. 롬니 부부는 전체 소득의 무려 16.4%를 교회 등 비영리단체에 기부했다. 700만 달러가 넘었다. 2010년에는 300만달러, 2011년에는 400만 달러나 됐다.

유권자들은 롬니가 세금, 기부를 모두 다 합치면 30%가 넘는 소득을 자신이 사용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게다가 소득세 보다도 더 많은 기부를 한 것에 점수를 후하게 줬다. 오히려 깅리치가 곤욕스럽게 됐다. 깅리치의 소득세율은 32%로 높은 편이었지만, 그는 비영리단체에 소득의 2.6% 밖에 기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게다가 과거 자신이 만든 비영리단체를 이용해 정치적인 네트워크를 늘리고 오히려 세금 혜택 등을 받았던 적이 있다.

미국인들은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고 자신의 재능을 기부하는 것을 지도자의 덕목으로 삼는다. 미국 역대 대통령 중에서 자원봉사나 자기가 속한 사회와 국가의 가치를 무시하고 대통령에 된 사람은 없다고 봐야 한다. 세금 많이 냈다고 큰 소리치던 깅리치를 미국인들은 당연한 일을 하고 생색을 내는 사람으로 보게 됐다. 기부를 잘 하지 않는, 즉 자기 주변에는 아주 인색한 부자(그의 연간 소득은 300만달러가 넘는다)로 유권자에게 비춰진 것이다.

반면 ‘더 큰 부자’ 롬니는 낮은 소득세율을 적용받은 대신 또 그 이상을 비영리단체에 기부했다. 여기서 큰 반전이 일어났다. 더 이상 롬니가 부자라고 문제 삼는 유권자들은 보이지 않는다. 깅리치도 더 이상 이를 시비걸지 않고 있다. 내일 31일(현지시간) 플로리다 프라이머리는 큰 이변이 없는 한 다시 롬니의 승리다. 올해 대선만큼 야당 후보 선출 과정이 흥미로울 때가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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