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아닌 '성토'의 장으로 변한 법원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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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2-06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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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통' 아닌 '성토'의 장으로 변한 법원토론회

법원이 마련한 `국민과의 소통'은 '불만 성토'의 시간이었다.

서울중앙지법(이진성 원장)이 6일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 대회의실에서 국민과 직접 소통하자는 취지로 개최한 `소통 2012 국민 속으로' 행사에는 그동안 재판에 불만을 품었던 소송 당사자 다수가 참석해 억울함과 분노를 큰소리로 호소하는 통에 발표자의 발언이 자주 끊겼다.

진행을 맡은 판사는 "객석 토론 기회가 있으니 발언을 참아달라"고 연방 부탁해야 할 정도였다.

숨진 아들과 관련한 재판결과에 불만이 있다는 50대 남성은 행사 시작부터 단상 맞은 편에 아들의 영정사진을 들고 앉아 있다가 법정 경위들에 의해 밖으로 끌려나기도 했다.

행사 시작 후 2시간여 법원 관계자의 발표와 패널 토론이 이어지자 방청석에서는 "질문을 선정해서 듣지 말고 무작위로 들어달라", "듣기만 하러 온 게 아니라 말하러 왔다"는 고함이 쏟아졌고 결국 방청석 발언을 앞당겨 듣기도 했으나, 끝내 발언기회를 얻지 못한 일부 참석자는 주최 측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패널들이 한목소리로 조언한 것은 "법원이 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영화 `부러진 화살'에 대한 대중의 호응은 영화 속 개별 사건에 대한 공감보다는 사법부에 대한 불만 표출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대중이 경험한 재판에서 판사는 고압적이고 권위주의적이며 진리를 독점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며 "언론에 보도된 막말 판사, 사법시험과 연수원 성적 최우수자로만 충원되는 법원, 효율과 속도 중심의 재판, 좀도둑에게는 실형, 수백억을 횡령한 재벌 총수에게는 집행유예를 내린 데서 비롯된 `유전무죄, 무전유죄' 인식이 법원에 대한 불만을 가중시킨다"고 쓴소리를 내뱉었다.

그는 이어 "결론이 옳다 하더라도 절차에 불만을 가지면 재판에 승복할 수 없다"며 "정의의 여신이 든 칼이 휘어지고 저울이 기운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분노하는 대중에게 `당신은 법률관계와 사실관계를 잘 모른다'고 하는 건 적절한 해답이 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범죄 피해자를 다룬 영화 `오늘'을 연출한 이정향 감독은 "현행법과 재판과정에서 범죄 피해자는 자신보다 가해자가 보호받는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며 "법원은 피해자가 위로와 치유를 받도록 하는 기능을 해줘야 함에도 오히려 2,3차 피해를 주고 있는 건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진성 원장은 행사를 마무리하면서 "각자 의견은 다를 테지만 여러분의 의견과 울분을 이해하고 비판의 말씀은 감사하다"며 "그동안 이런 자리가 마련되지 않았기에 더 큰 목소리로 외쳤다고 생각한다. 지속적으로 대화의 자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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