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우선 산유국 3개국인 사우디 아라비아와 카타르·아랍에미리트(UAE) 왕실과 정부로부터 이란 제재 시 부족분만큼의 원유를 우리나라에 추가로 공급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사우디와 카타르·UAE는 우리나라 원유 수입량의 절반가량을 공급한다. 특히 사우디산(産) 원유는 우리 원유 수입량의 3분의 1을, 카타르산 액화천연가스(LNG)는 우리 LNG 수입량의 최대 비율을 각각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가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에 참여해 이란산 원유 공급이 한동안 끊기더라도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세계 재정위기에 따른 장기 경기침체에 대비, ‘제2의 건설 특수’가 기대되는 중동 지역에 우리 기업이 진출할 발판을 마련하는 데에도 주력했다.
중동 산유국들은 현재도 호황을 누리는 데다 최근 국민에 대한 복지 차원에서 많은 인력과 자본을 요구하는 건설·인프라 프로젝트들을 계획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 대통령은 과거 1970∼1980년대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견인차가 됐던 ‘오일 달러’에 다시 주목해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한 셈이다.
출발점인 이번 순방에서부터 소기의 성과를 거둔 모양새다.
일단 이 대통령은 사우디·카타르 정상과의 회담을 통해 일부 경제·통상 분야에 제한됐던 협력 관계를 모든 분야에 걸친 포괄적인 협력 관계로 확대키로 합의했다. UAE와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자는 데 공감했다.
이에 따라 사우디 정부는 50만호 건설 프로젝트의 시범 사업과 국영기업 아람코의 140억 달러 상당 프로젝트 등 각종 국책사업에 한국 기업의 참여를 요청했다.
카타르도 루사일 신도시 개발과 700억 달러 규모인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인프라 구축에 한국 기업의 참여를 희망했고, 에너지·산업협력 양해각서(MOU)와 향후 21년간 액화천연가스(LNG)를 공급하는 매매 계약도 우리 정부와 체결했다.
이 같은 협력의 지속적 확대를 위해 카타르는 우리나라와 정상 간 ‘핫 라인’ 및 고위급 전략협의체를 설치키로 했으며, 제3국에 공동 진출하는 방안에도 합의했다.
중동 국가 중 우리와 가장 가까운 UAE도 우리 기업 컨소시엄의 아부다비 유전 개발 우선참여 협약이 진전돼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본계약을 체결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해왔다.
이와 함께 브라카 지역에 건설 중인 ‘한국형 원자력발전소’ 사업이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또 유럽과 아랍을 잇는 ‘관문’인 터키에서도 예상치 못했던 성과물을 두 가지나 확보하면서 양국 협력 관계를 강화했다.
지지부진했던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올해 상반기 내에 타결키로 하는 동시에, 사실상 중단됐던 한국 기업의 터키 원자력발전소 수주 협상을 재개하자는 데에도 합의했다.
터키는 시간이 갈수록 중동 국가들에 대한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데다 경제성장 속도도 세계 상위권이어서 끊임없이 미래 먹거리를 확보해야 하는 우리나라에게는 매우 중요한 ‘거점 파트너’로 여겨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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