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평규(중국연달그룹부회장/재중한인회 수석부회장)
중국은 아직도 국영기업이 경제의 근간을 이루고 있지만 최근 민영기업의 약진이 대단하다. 국영기업이 담당하던 영역까지 점점 진출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민영기업에 대한 연구나 조사는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중국의 민영기업은 개혁개방 이후 생겨났다. 특히 주룽지(朱镕基) 전 총리 시절에 대대적인 민영화가 이루어졌다. 국영기업을 민간에 불하하면서 부실대출 상환 면제와 구조조정 등 다양한 특혜를 줬다. 중국의 민영기업이 공무원들과 깊은 커넥션을 맺고 있다는 것은 불편한 진실이다. 우리 기업가들이 중국 그룹 회장을 처음 만날 때 회장이 너무 젊은 데에 놀란다. 중국의 민영기업가들은 대개 30~40대로 젊은 사람들이다.
◆민영기업가의 특징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대개 갑자기 돈을 번 사람은 오만하게 마련이다. 중국 기업가들도 이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중국경제의 호황으로 운 좋게 축재를 했음을 망각하고, 자기의 경영능력으로 기업을 키웠다고 자만한다. 이 경우 주변에는 아부하고 자기를 칭찬해주는 사람들만 살아남게 된다. 따라서 의심을 많이 하게 되고 사람을 믿지 못한다. 오너가 직접 업무를 챙기고 의사결정을 한다. 물론 책임은 남에게 돌린다.
시장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환경에서 좁은 안목만을 가진 오너 한 사람의 능력으로는 백전백패다. 중국의 민영기업은 지금 상당한 위험에 처해 있다고 보면 틀림없다.
◆민영기업가의 선택
중국 민영기업의 지혜로운 오너들이 인재를 우대하는 전략을 채택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인재나 명문대학 출신들을 과감하게 등용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중국공산당이나 행정기관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중국에서 제대로 된 민영기업의 경우 전문경영자에 대한 대우는 한국보다 훨씬 높다.
연봉만 100만 달러 이상인 경우도 적지않다. 중국 종업원들의 평균 임금과 비교해 보면 엄청난 대우가 아닐 수 없다. 고급 승용차와 기사 그리고 비서가 딸린 고급 사무실도 주어진다. 골프회원권과 헬스회원권, 적지 않은 스톱옵션은 덤이다. 오너는 주말에 열리는 명문대학교의 e-MBA 같은 곳에서 새로운 지식을 배우거나, 인맥을 구축하는 데 시간과 자금을 아끼지 않는다. 이와 같은 민영기업가들의 변화에 적응하는 전략은 중국 민영기업의 희망이다.
◆한국기업가들의 대응
우리 기업가들의 경쟁 상대는 이제 중국의 민영기업이다. 손자병법에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知彼知己,百戰不殆)’고 했다. 중국의 민영기업가들에 대한 연구는 우리 기업들에는 필수다.
중국 기업인들은 우리보다 비교적 멀리 보고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렇다고 눈앞의 이익을 등한시하는 것도 아니다. 대신 우리는 중국인들에 비해 신속한 의사결정과 행동에 옮길 수 있는 유연함과 과감함이 장점이다. 전 직원이 일치단결하는 응집력은 우리가 앞선다.
우리는 그들이 해보지 못한 다양한 경험을 한 세대다. 남의 것을 어설프게 모방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장점을 심화시켜 잽을 날릴 수 있어야 실패하지 않는다.
끝으로, 중국은 참으로 대적하기 까다로운 나라다. 우선 그들과 가슴을 열고 인간적인 우정을 나누는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인들은 한번 마음을 주면 우리보다 훨씬 오래 간다. 서로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중국 같은 좋은 파트너가 우리의 이웃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 기업들에는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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