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쟁 중에 장수가 말을 갈아 탄 셈이다. '테스트마켓' 호주에서 벌이는 삼성과 LG의 주도권 싸움에 새로운 변수가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사임한 램브로 스크로피디스(Lambro Skropidis) 전 삼성전자 호주법인 마케팅 담당임원이 LG전자 호주법인으로 이직한다.
다음달 초부터 출근할 예정인 스크로피디스씨의 역할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LG전자의 호주지역 마케팅을 담당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력 때문이다. 스크로피디스씨는 마케팅 전문가로 세계 최대 식품회사 네슬레 등을 거쳐 2008년 삼성과 인연을 맺었다.
특히 삼성 재직시절 호주 내 브랜드 인지도 향상에 큰 공을 세웠다는 평가다. 그의 이직이 삼성전자에게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대목이다.
삼성과 LG는 현재 호주 3DTV 시장에서 양보 없는 싸움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법정 공방까지 벌였다. 발단은 LG전자의 3DTV 광고였다.
LG전자는 같은해 5월 현지 공중파 방송을 통해 '자사의 필름패턴편광안경(FPR) 방식이 삼성전자의 셔터안경(SG) 방식보다 우월하다'는 내용의 광고를 방영했다.
삼성전자도 곧바로 대응했다. 호주법원에 "호주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권을 제한하는 허위 과장 광고"라며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결과는 LG전자의 부분 승소로 끝났다. 법원은 당시 예비판결문에서 "LG전자 제품이 삼성전자를 포함한 타 브랜드 제품보다 밝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LG전자의 손을 들어줬다.
삼성과 LG 입장에서는 호주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시장 규모도 크거니와 테스트마켓으로도 활용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LG전자 관계자는 "호주의 경우 신상품을 출시한 뒤 보급률이 40%에 이를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불과 4개월 정도"라며 "한국과 미국은 20개월이나 걸린다"고 설명했다.
시장분석기관인 GfK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삼성전자의 호주 3DTV 시장 점유율은 85%로 집계됐다. LG전자는 2%에 불과했다.
LG전자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해 4월 현지 언론을 상대로 3DTV 설명회를 열고 물량공세에 돌입했다.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여전히 절반을 넘고 있지만, LG전자가 빠르게 추격하는 모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마케팅에서 잔뼈가 굵은 임원이 경쟁사로 옮겼다는 것은 삼성의 부담이 하나 늘어난 것"이라며 "양사의 3DTV 전쟁이 더욱 치열해 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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