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신용카드 사태, 글로벌 금융위기 등 여러 금융위기의 원인을 살펴보면 지나친 부채의 축적에 있다. 외환위기때에는 기업들의 지나친 부채가 문제였다. 신용카드 사태는 신용카드의 발행기준이 완화되면서 민간 소비자의 지나친 소비로 부채가 축적되어 금융위기로 발전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의 가구 중에서 신용등급이 낮은 서브프라임 급의 가구들이 주택을 담보로 해서 지나친 부채를 조달하여 부동산 가격의 하락과 함께 관련된 금융상품들이 부실화되어서 발발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발발은 많은 국가들에 재정지출을 증가시켰다. 재정지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정부는 세수가 부족하여 부채로서 재정을 조달할 수 밖에 없었다. 따라서 재정지출의 증가는 정부의 부채증가를 가져왔고 일부국가들의 경우 부채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남유럽국가들의 재정문제가 심화되었고, 아일랜드, 포르투갈, 그리스, 헝가리 등은 구제금융을 요청하였다. 결국 민간부문의 경제위축이 공공부문의 부채로 전이되어 위기로 발전한 것이다.
결국 경제학자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알 수 있는 지나친 부채라는 이유로 금융위기가 발발하는 것이다.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부채가 쌓이고 이를 갚을 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면 관련 금융상품 등이 부실화되면서 위기가 발생하는 것이다. 일반인 가정을 살펴보면, 젊은 때는 지출에 비해서 수입이 낮게 마련이다. 그러나 점차 소득이 상승하고 일반적으로 40~50대에 소득이 최고조에 달한다. 물론 소비도 증가하지만 소득증가가 더 빠르고 이 당시에는 빚도 갚고 저축도 하게 된다. 은퇴 후에는 소득이 없이 저축한 돈으로 생활하게 된다. 일반적인 가정의 모습을 추정할 때 중요한 점은 생애를 마감할 때 빚이 없다는 점이다. 즉 끊임없이 부채를 조달하여서 부채를 갚는 폰지게임이 없는 조건을 말한다. 경제전체적으로도 이러한 폰지게임이 없어야 한다는 조건은 어느 경제주체가 되었던 성립해야만 한다. 결국 폰지게임을 할 수 없으므로 모든 경제주체는 자신이 갚을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부채를 가지고 있을 때 경제에 위기상황이 발발하게 된다.
금융위기 재발을 막으려면 기업, 소비자, 정부 등 각 경제주체들이 갚을 수 없는 수준의 부채가 축적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이는 너무나 당연한 결론이라고 할 수 있다. 가계는 부채의 규모가 갚을 수 없는 수준이면 파산에 이르게 된다. 기업도 너무 많은 부채를 조달하면 파산을 면하기 어렵다. 너무나 간단한 진리인데도 불구하고 왜 각 경제주체들은 과도한 부채를 조달하게 되는가? 자산가격의 상승이나, 수익성이 있는 사업 등이 존재할 때, 부채 조달은 자기자본의 수익률을 상승시킨다. 따라서 가계가 주택을 사거나 기업이 사업을 수행하는데 있어서 더 많은 부채를 조달하면 수익률을 제고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결국 금융시장에서 지속적으로 부채를 조달할 수 있을 것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각 경제주체들은 폰지게임이 지속적으로 가능할 것으로 착각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일정한 수명이 없는 정부의 경우 부채 조달이 가능한 경우에는 부채를 줄일 만한 유인이 별로 없다. 금융기관들이 정부가 발행하는 채권을 지속적으로 매입할 경우 영원한 폰지게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영원한 폰지게임은 가능하지 않다. 정부의 부채도 언젠가는 갚아야 하는 것이다. 현세대가 지금의 정부부채를 갚지 않고 지출만 늘린다면 언젠가는 미래세대가 그 부채를 갚아야한다. 한편 경제학자에게도 지나친 부채가 어느 정도의 부채인지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 적정한 부채의 한도는 경제주체의 미래소득에 따른 것이므로 이에 대한 추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잠재적인 금융위기를 미연에 방지하려면 각 경제주체들이 자신의 미래의 소득을 잘 예측하고 갚을 수 있는 수준의 부채를 적절히 인식하고 조절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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