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구제금융 승인 "안심은 금물… 넘어야 할 산은 여전"

(아주경제 이규진 기자) 그리스가 130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받으며 최악의 디폴트 상황에서 벗어났으나 아직도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유로존 내 그리스의 재정긴축 이행능력에 대해 의심하는 시각이 여전한 데다, 그리스 내부상황도 구제금융 조건을 따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외신에 따르면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21일(현지시간) 오는 2020년까지 그리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을 120.5%까지 낮춘다는 조건으로 1300억 유로의 2차 구제금융 지원방안에 합의했다.

그러나 이미 한 차례 구제금을 받았던 그리스 경제가 완벽한 회생절차에 접어들었다고 보기에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유로존 가운데 독일과 네덜란드 등 일부 국가는 그리스 구제금융 프로그램과 관련해 자국 의회의 승인을 받는 국내법상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독일은 27일 연방의회에서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 승인을 비준할 예정이다.

그간 독일, 핀란드, 네덜란드는 그리스의 경제회생 능력에 대해 저평가하며 비관적인 시각을 나타냈기 때문에 승인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이들은 이날 민간 채권단의 헤어컷(채권액 탕감)에 대해서도 그리스에 압력을 가한 당사국이기도 하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얀 키스 드 야거 네덜란드 재무장관이 이날 회의에 들어가기 전 "그리스 정부는 트로이카-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 등 유로그룹의 영구적인 감독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IMF도 이날 보고서를 통해 그리스에 2차 구제금융이 제공되더라도 장기적인 부채 감당 능력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보고서는 "그리스의 구제금융 프로그램의 부채 감축 목표와 경쟁력 개선에는 근본적 긴장이 존재한다"며 "단기적으로 그리스의 경쟁력 회복을 위한 내부 개혁은 필연적으로 부채비율을 더 높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IMF는 유로존에 그리스 문제로 인해 아직도 거대한 익스포저(미상환 가능성)가 있다고 우려해 최소한의 지원금만 제공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IMF는 1차 구제금융분 300억 유로를 지원했지만 이번에는 이보다 적은 130억 유로를 지원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도 그리스 경제가 2차 구제금융 프로그램의 긴축정책을 통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임금 및 연금 삭감 등 가혹한 긴축안은 그리스의 침체를 가중시킬 것으로 분석했다. 그리스는 지난 4년간 경기침체를 이어오고 있으며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6.8%를 기록했다. 그리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2.8%로 전망하고 있어, 5년 연속 경기침체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저임금의 22%를 삭감하고 3년간 공무원을 20% 줄이는 등의 강력한 긴축안은 그리스 국민들을 더욱 고통 속으로 몰아갈 전망이다.

HSBC 홍콩지사의 프레데릭 뉴맨 이코노미스트는 "그리스는 긴축재정으로 내부적 고통이 심화될 것"이라며 "이번 2차 합의로 그리스 경제가 바로 회복되는 것을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더구나 그리스 내부적으로도 오는 4월 조기 총선을 앞두고 있어 루카스 파파데모스 총리 내각이 교체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유력한 차기 총리로 꼽히는 신민당의 안토니스 사마라스 당수가 총선 이후 어떤 태도를 나타낼지도 불투명하다. 사마라스 당수는 지난주 의회 연설에서 "구제금융 프로그램에 찬성해야 협상력을 가질 수 있지만 앞으로 현재의 정책을 바꿀 수도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유로존 재무회의에서 계속 우려해왔던 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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