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황인성 기자) SBS '샐러리맨 초한지'(이하 초한지)가 시청률 20%를 돌파하며 월화극 1위 굳히기에 들어갔다. SBS가 월화극에서 시청률 1위를 차지한 것은 근 1년 만에 처음이다. 새삼 '초한지'의 저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7일 시청률 조사기관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초한지'는 전국기준 21.0%, 수도권 기준 21.9%를 기록했다. 케이블 채널의 증가와 다양한 오락거리가 생겨나면서 미니시리즈는 시청률이 15%만 넘어도 흥행작으로 여겨지는 시대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초한지'는 시청률 20%를 넘겼다.
'초한지'의 출발은 초라했다. 1월4일 첫 방송된 '초한지'는 경쟁사인 KBS2 '브레인'에 밀려 8.6%의 시청률로 출발했다. 하지만, '브레인'이 끝나고 KBS2가 준비한 '드림하이2'가 시원찮은 반응을 얻으면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이후 MBC '빛과 그림자'와 치열한 경쟁을 벌였지만, '초한지'는 반전을 거듭하는 구조로 결국 시청자를 끌어오는데 성공했다.
'초한지'가 시청률 20%를 넘긴 이유는 소재 때문이다. 강력한 경쟁작은 MBC '빛과 그림자'는 60년대 쇼단의 비지니스와 정치적인 현실을 그리고 있다. 무겁고 어두운 소재인데 반해 '초한지'는 충청도 촌놈의 직장 성공기를 코믹하게 표현했다. 80만원 세대가 사회문제로 대두된 현실에서 유방의 좌충우돌 직장 성공기는 시청자에게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주인공들의 코믹연기는 뒷심의 밑바탕이 됐다. 초반 '초한지'는 이범수와 정려원의 코믹 연기가 중심축이었다. 밑바닥에서 어렵게 천하그룹에 들어간 유방(이범수)는 밑바닥 인생이다. 정려원이 맡은 여치는 태어날 때부터 갑으로 태어난 인물. 상반된 현실에서 두 인물이 벌이는 밀고 당기는 코믹 연기는 초반 시청자를 사로잡는데 큰 힘이 됐다. 특히, 이범수는 오랜만에 코믹연기를 선사하며 드라마의 저력을 비축했다.
극적인 반전도 시청률 상승에 또 다른 원동력이 됐다. 현재 후반부에 들어선 ‘초한지’는 모가비(김서형)의 악녀 본색으로 긴장감을 더하고 있다. 진시황(이덕화)의 오른팔로서 초반 여치(정려원)의 철없는 행동에 말없이 제재를 가하던 모가비는 진시황을 죽이고 회사를 꿀컥 집어 삼킨다. 반듯한 캐릭터의 변신을 연기한 김서형은 모가비의 변화되는 심리를 차분하게 설명했다. 반듯한 인물이 권력과 돈 앞에 무너지는 모습은 코믹 드라마가 가지는 진지함의 부재를 채웠다.
'초한지'는 사실적인 직장생활 묘사도 또 다른 볼거리였다. '초한지'는 초반 불로장생의 신약을 두고 회사 간의 치열한 암투가 주 내용이었다. 어찌 보면 다소 황당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기업 내의 권력다툼으로 중심을 옮겼다. 직장생활을 하면 흔히 겪었던 친숙한 소재를 코믹하게 그려내자 시청률은 다양히 따라올 수밖에 없었다. 권력의 이동에 민감한 이사진과 회사를 위해서 경쟁사의 본부장을 스카우트하는 상황은 시청자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뒷심의 또 다른 원인은 바로 제작진과 출연진의 단단한 결속력 때문이다. '초한지'는 2010년 시청률 40%의 신화를 쓴 SBS '자이언트'의 팀이 만들었다. 장영철·정경순 작가와 유인식 PD 그리고 이길복 촬영감독이 뜻을 모았다. 이들은 '자이언트'에서 못 다한 이야기를 다시 한 번 드라마로 만들자고 했고, '자이언트' 당시 주연을 맡았던 이범수가 흔쾌히 동참하면서 '초한지'는 탄생됐다. SBS 내부에서도 가장 분위기가 좋았던 팀이라는 칭송이 자자한 상황이었다.
'초한지'는 화목한 가정에서 또 한 번 큰 사고를 낸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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