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라덴 시신, 수장이 아니라 화장됐다”

(아주경제 전재욱 기자) 미국이 알 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의 시신을 미국 본토에서 화장했다는 내용의 이메일이 공개됐다. 종전에 미군이 바다에 수장했다고 밝힌 것과 정면으로 대치되는 주장이다.

영국 일간지 ‘메일’은 해커집단 어나너머스가 미국의 유력한 민간 정보분석기관 스트랫포(Stratfor)에서 빼낸 정보에서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이메일을 발견했다고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어나너머스는 지난해 12월 기밀 정보를 수집·분석해 유료 회원들에게 제공하는 스트랫포의 내·외부 이메일 500만여건을 해킹해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에 제공했다.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스트랫포 정보담당 부사장 프레드 버튼은 빈 라덴의 시신을 수장했다는 백악관의 설명을 믿을 수 없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자신의 상사인 최고경영자(CEO) 조지 프리드먼에게 보냈다.

미군은 지난해 5월2일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에서 빈 라덴을 사살한 뒤 시신을 아라비아해 북부 지역에서 작전 중인 미 항공모함 칼 빈슨 호로 이송해 이슬람 종교의식을 준수해 수장했다고 밝혔다. 미군은 사망 후 24시간내에 시신을 매장하는 이슬람 관례를 존중해 빈 라덴의 시신을 미국 시간으로 2일 새벽 신속히 수장했다고 했다.

버튼은 이메일에서 “빈 라덴의 시신은 미 중앙정보국(CIA) 비행기로 델라웨어주(州) 도버로 이송됐다”며 “이후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의 군병리학연구소로 옮겨졌다”고 썼다. 그는 군병리학연구소는 빈 라덴이 사망하고 넉 달 뒤인 지난해 9월15일 돌연 폐쇄된 것을 근거로 들었다.

또 다른 이메일에서 버튼은 “시신을 바다에 수장했다면 아돌프 아이히만의 시신을 처리한 방식을 거쳤을 것”이라고 적었다. 독일 나치의 친위대 장교인 아이히만은 유대인 말살 계획을 집행한 원흉이다. 아이히만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아르헨티나에 숨어지내다가 1960년 이스라엘 정보기관에 체포돼 1962년 교수형을 당했다. 이스라엘 당국은 그의 시신을 화장하고서 지중해에 뿌렸다.

버튼은 “그 누구도 아이히만의 묘비를 원치 않은 탓에 그의 시신은 화장됐다”고 이메일에서 말했다. 당시 미군도 빈 라덴의 묘지가 테러리스트들의 성지로 변하지 않도록 수장을 택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스트랫포는 위키리스크가 이메일 공개를 발표한 지난달 27일 어나너머스를 ‘도둑’이라고 비난하면서 이메일이 위조 또는 변조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미국 사법당국은 6일 어나너머스의 분파인 해커그룹 룰즈섹 회원 5명을 체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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