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대에 들어서는 1870년 러시아에서 전개된 ‘브나드로(인민 속으로) 운동’을 포퓰리즘의 시초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며, 어원은 1891년 미국에서 결성된 인민당(People‘s Party)의 당원들을 포퓰리스트라고 부른 것에서 기원한다.
포퓰리즘은 지금의 정치세계에 넓고 깊게 퍼져 있다. 특히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증세 없는 무상복지‘라는 포퓰리즘에 빠져 매시간 국민들을 호도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소득에 상관없이 0~5세 양육수당’을 민주통합당은 ‘무상보육, 무상급식, 무상의료’ 공약처럼 정치권에서 난무하는 포퓰리즘으로 국민들의 생활은 어디까지 추락하게 될까? 참으로 두려운 일이다.
포퓰리즘은 사회계층 간의 분열을 조장하고 국가의 재정을 파탄에 이르게 하는 엄청난 파괴력을 갖고 있다. 이는 중남미의 바이러스라 불리는 아르헨티나의 페론주의나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의 포퓰리즘을 통해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 부도국가, 무능한 정권의 대명사 페론과 차베스
20세기 초만해도 아르헨티나는 세계 10대 부국이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눈에는 단지 축구를 잘하는 후진국으로 비쳐질 뿐이다.
그동안 아르헨티나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 몰락의 중심에 바로 후안 페론(Juan Peron)이 있다. 노동장관 시절, 후안 페론은 노동조건 개선과 임금인상 정책들을 관철시켜 노동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었다. 그는 여세를 몰아 ’일리고이엔 정권 타도‘를 외치며 군부 쿠테타를 일으켜 1946년에는 노조정당으로 집권하게 된다.
후안 페론은 대통령이 된 후 줄곧 사회주의를 외치며 언론보도와 자유를 탄압하고, 외국자본을 배제하면서 산업을 국유화시켰다. 그는 헌법을 개정하고 1951년 재선에 성공해 독재정치를 이어갔지만 결국 교회탄압을 계기로 혁명이 일어나 추방되기에 이른다.
문제는 그가 내세운 정책들에 있었다.
페론은 국토의 3분의 1을 강제로 빼앗아 서민들에게 나눠줬다. 지방분권을 돕는다며 텔레비전 생산 공장을 수도에서 3000km 떨어진 남극 옆에 세우는 등 엉뚱한 정책들도 많이 펼쳤다. 생필품이 부족해질 때마다 군인들을 동원해 외국기업들의 물품을 빼앗아 빈곤층에 나눠주기까지 했다. 그는 국제적 망신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정치적 지지 기반인 무산계급으로부터 환호만 받으면 된다는 식이었다.
당시 서구 언론들은 페론 정부의 정책을 부자의 재산을 빼앗아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주는 로빈 후드와 유사하다는 점에서 ’로빈 후드 포퓰리즘‘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페론의 아내인 에바(Eva)도 그에 못지 않았다. 그녀는 의료진과 의료장비를 실은 기차를 타고 전국을 누비며 의료진에게 무료진료를 실시하도록 지시했고, 트럭에 돈을 가득 싣고 빈민촌을 돌면서 가난한 자들을 돕는다며 돈을 뿌려대기까지 했다.
대중의 인기를 얻는 데만 급급했던 이런 ’퍼주기식‘ 정책들은 곧바로 부메랑이 되어 국민들에게 고통으로 돌아왔다. 높은 인건비로 몸살을 앓던 기업들은 줄줄이 도산했고, 실업률은 급등했다. 당시 5% 정도였던 빈민층이 지금은 54%에 이르렀고 실업률은 21.9%까지 뛰었다. 마침내 10대부국이었던 아르헨티나는 부도국가로 전락해 국제사회에서 퇴출되기에 이른다.
또 다른 유명한 포퓰리스트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평범한 출신성분을 내세워 빈곤층의 환심을 사는 데 성공했다. 그에게 있어서 포퓰리즘 정책은 통치수단이자 방패막이었다.
그는 부자와 빈민을 편 가르기 하고 기득권 세력을 배제하여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키는 등 전형적인 포퓰리스트의 모습을 보였다. 무료의료ㆍ교육 서비스를 제공해 가난한 사람들의 지지를 얻은 그는 연간 20만 채의 집을 지어주겠다는 실현 불가능한 공약을 내세우기도 했다.
대외적으로 정치적인 영향력을 얻기 위해 주변 국가들에게 석유를 반값에 팔기도 했고, 미국의 빈민층에게 값싼 난방유를 공급하고 영국 런던의 저소득층 시민들에세 버스요금 할인혜택을 주기 위해 1년에 3200만 달러를 지출하기도 했다. 인구 2800만명 중 80%가 빈곤층인 나라의 대통령이 말이다.
베네수엘라는 인구 4분의 1이 실업자이며, 직업이 있어도 그중 3분의 1은 야간에 부업을 해야 생계를 꾸릴 수 있을 정도로 중산층이 없는 나라이다.
차베스는 이러한 빈곤층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급진적인 포퓰리즘 정책을 펼쳐 무능한 정권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페론과 차베스의 사례 모두 어떤 나라이든 통치권자가 국가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확고한 원칙이나 기준 없이 포퓰리즘에 빠지면 국가부도라는 엄청난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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