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은 10일 서울 서초동 삼성본관에서 그룹 내 지역전문가 출신 과장급 이상 임직원 7명과 오찬을 가졌다.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지역전문가제도의 현황을 보고 받고, 이 같은 개선 방안을 지시했다.
이 회장은 이날 지역전문가 출신인 원기찬 삼성전자 인사담당 부사장의 현황을 듣고 "여성 인력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지역 전문가의 비중을 25%에서 최대 30%까지 확대하라"고 주문했다.
이 회장은 또 "영어나 일본어 등 일반화된 제2외국어 지역 외에 특수언어 지역의 경우 1년만에 언어를 습득하기 힘들다"며 "특수언어 지역의 지역전문가 과정은 2년으로 늘려 제대로 된 언어습득과 현지 문화 체득이 이뤄질 수 있게 하라"고 지시했다.
삼성은 1990년 이후 20년간 80여개국에 4400명의 지역전문가를 파견됐다. 1997년까지는 주로 선진국 중심으로 파견됐다.
2000년 이후에는 인도, 중국, 중동, 아프리카 등으로 신흥시장으로 파견지역을 늘렸다. 2002년브터는 매년 80% 내외가 전략지역에 파견돼 신흥 전략시장 확대를 대비하고 있다.
이 회장은 지역전문가제도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이날 오찬에서 "1987년 삼성 회장이 되서 처음으로 한 것이 지역전문가제도와 탁아소였다"며 "사원이 잘되야 회사가 잘되고, 회사가 잘되야 나라가 잘된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는데 당시는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항상 5년뒤, 10년뒤, 20년뒤 회사는 어떻게 될까, 사회는 어떻게 될까, 나는 어떻게 될까 고민하고 미래를 보고 나가야 한다"며 "(1993년 프랑크푸르트 선언 당시) 내가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 한 것은 이런 의미"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오는 12일 금융계열사 사장단들과도 오찬이 예정됐다. 이 자리에서 최근 현안에 대한 보고를 받고 올해 사업 방향과 과제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금융 계열사들은 최근 개인정보 유출, 거짓말 사과 등 돌발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이 회장이 조직 기강을 다잡는 자리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은 오찬 경영을 사내 여론과 외부환경 대응 시나리오를 점검하는 한편 임직원들에게 위기의식을 전파하는 창구로 활용했다"며 "다소 침체기에 빠져있는 삼성 금융계열사들에 대해 긴장감을 불어 넣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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