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대 국회에서 여야 합의제가 시행된 이후 여야는 상임위원장을 얼마나 확보하느냐 또 어떤 위원회를 맡느냐는 문제로 갈등하고 있다.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는 별도의 법적 규정이 없기 때문에 여야의 정쟁 수단으로 비화되고 있다. 여야의 상임위원장 점유 비율은 교섭단 체별 의석수에 비례하고 비교섭단체에 1석 정도 양보하면 쉽게 풀릴 수 있다.
문제는 어떤 상임위를 확보할 것이냐다.
정치전문가들은 ‘일부 할당 조건부 추점제’를 제시했다. 여당몫과 야당몫을 일부 정해놓고 나머진 합의하거나 일정 시한이 지나면 추첨을 통해 하는 것이다.
정대화 상지대 교수(정치학)는 “여당은 국정운영의 책임이 있기 때문에 재정분야나 외교·국방 분야 상임위를 할당 받을 필요가 있고, 야당에선 견제의 기능을 가진 법제사법위원회나 문화·교육 관련 상임위를 맡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획재정위, 외교통상위, 국방위은 여당몫으로 규정하고 야당에겐 법제사법위 등을 할당하는 식으로 여야의 몫으로 3∼4개 정도의 상임위원장을 미리 정해놔야 한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미리 할당받지 않은 상임위에 대해선 여야의 합의를 통한 배분을 원칙으로 하되, 일정 기간이 경과하면 추첨을 통해 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13대 국회 이후 원구성 협상으로 임기 시작 이후 평균 54일이 지난 뒤에야 국회가 열렸다. 이 때문에 매번 반복되는 지각 국회 현상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추점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여야의 신뢰가 우선 회복해야 원구성 문제가 풀린다는 의견도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원구성을 놓고 다툼이 발생하는 것은 상대에 대한 불신과 다수당의 정통성을 부인하는 데서 비롯된다”며 “여야에게는 상호 신뢰를 갖는 사회적 자본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국회에서 그간 야당몫으로 맡겨진 법사위를 여당이 요구하고, 여당몫이던 정무위 등을 야당이 요구하면서 관례가 깨진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지리한 원구성 협상으로 국회 개원이 늦어질수록 정치권은 민심의 역풍을 맞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규정 고려대 정책대학원 교수(정치학)는 “여야가 정책적 경쟁을 통해 잃어버린 국민적 신뢰를 높일 기회가 19대 국회가 시작된 지금”이라며 “그러나 여야는 자신의 업무를 방기하면서 또다시 정치 불신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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