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바르니에 역내 시장 및 금융 당당 집행위원은 6일 부실 은행 처리와 관련한 회원국 당국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개선안에 따르면 각국 당국이 부실 우려가 있는 은행의 사태 해결을 위해 조기에 개입하고 은행 경영진과 이사진 교체와 해임 권한도 행사할 수 있도록 했으며 해당 은행 주식과 채권 소유자 등 무담보 채권자들이 스스로 손실을 감수하도록 의무화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또 각국별로 은행 도산 시 구제금융을 투입할 자금원으로 '해결 기금(resolution fund)‘을 설립하고 은행들이 일종의 보험료 성격의 부담금을 정기적으로 납부토록 했다.
이는 지난 2008년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 이후 되풀이되고 있는 부실은행에 대한 정부의 구제금융 투입 관행을 없애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바르니에 집행위원은 “향후 금융위기들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수단들을 공공 당국에 갖춰줘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시민 혈세로 구제 비용을 부담하고 은행들은 이를 통해 생존하는 과거의 폐단이 되풀이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U 27개 회원국 정부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래 지금까지 총 1조5000억 유로를 금융권 구제에 투입해 왔다.
집행위의 이번 방안은 금융권과 투자자들의 도덕적 해이와 세금을 은행구제에 투입하는 일을 예방하는데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조제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은 "EU 차원에서 유럽 금융권 안정 대책으로 거론되고 있는 소위 `은행연합’ 결성의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번 방안이 부동산 거품 붕괴로 막대한 부실 채권을 안고 있는 스페인 금융권 위기 등 당장의 유로존 사태 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집행위가 내놓은 개정안은 27개 EU 회원국 대표로 구성된 이사회와 유럽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이 과정에서 최소한 1~2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또 집행위 스스로 `해결 기금‘ 부담금 납입 시기 등 개정안 핵심 조항들의 발효 시점을 2018년 1월 이후로 설정한 것도 이같인 지적에 힘을 보탠다.
집행위는 "바젤Ⅲ를 위한 핵심자본 확충 등에 큰 자금이 필요한 유럽 은행들에 `해결기금’ 납입금 등 필요 자금을 준비할 기간이 필요해 유예기간을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해결 기금‘ 도입에 따른 은행들의 자금조달 비용이 0.05~0.15%포인트 높아지는 반면 은행 부실의 위험이 낮아짐으로써 EU 경제는 전체적으로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0.34~0.62%에 해당하는 긍정적 혜택을 볼 것으로 집행위는 전망했다.
이에 대해 유럽의회 경제ㆍ금융위원회의 샤론 보울스 위원장은 "미국발 금융위기와 유로존 국채위기 이후 이러한 조치의 필요성이 제기됐으나 집행위가 지나치게 늑장을 부린데다 유예기간을 너무 길게 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울스 위원장은 집행위의 방안이 미래에는 도움이 될 것이지만 예컨대 스페인이나 그리스 은행이 도산할 경우 해당국 당국 자력으로 문제를 대부분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서 현안 해결에 도움이 안된다면서 추가 보완책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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