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 40대 가장인 이민호(가명)씨는 부인과 맞벌이를 해 부부합산 월 평균 소득이 500만원 이상이지만 최근 고심 끝에 신용회복위원회에 개인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5년 전에 무리하게 구입한 7억원대 아파트가 화근이었다.
늘어나는 생활비에 카드론과 현금서비스까지 사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택담보대출의 원금 상환 기일이 도래하자 결국 두 손을 들고 말았다.
개인 워크아웃을 신청하는 금융소비자들의 소득 수준과 연령대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가계 부실 위험이 저소득층을 넘어 중산층으로 전이되고 있는 양상이다.
3일 금융당국과 신용회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현재 개인 워크아웃 신청자는 104만명 수준이다. 올 1분기에만 1만8838명이 추가로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워크아웃은 신용회복위원회가 연체기간 3개월 이상의 채무불이행자를 대상으로 적격 여부를 심사한 뒤 상환기간 및 금리를 재조정해 상환 능력을 높이는 제도다.
워크아웃은 저소득 및 저신용 계층의 전유물로 인식됐으나 지난 2010년 이후에는 소득 수준이 높은 금융소비자들의 워크아웃 신청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
전체 워크아웃 신청자 중 월 평균 개인소득이 200만원 초과 300만원 이하에 속하는 비율은 2010년 1분기 2.2%에서 지난해 1분기 2.4%, 올해 1분기 3.7% 등으로 증가하고 있다.
월 평균 개인소득이 300만원을 초과하는 신청자 비율도 2010년 1분기 0.4%, 지난해 1분기 0.5%, 올해 1분기 0.7% 등으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소득이 100만원 이하인 신청자는 2010년 1분기 58.8%에서 올해 1분기 50.4%로 급감했다.
워크아웃 신청자의 부채규모와 연령대로 높아지고 있다.
부채규모 2000만원 이하인 신청자는 꾸준히 줄고 있는 데 반해 5000만원 초과 신청자는 올해 1분기에만 8.5% 늘어났다. 연령별로도 지난해 49세 이하 신청자는 전년 동기보다 3.3% 감소했지만 50세 이상은 8.6% 증가했다.
가계 부실 위험이 생계형 채무불이행자 등 취약계층에서 중산층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특히 유로존 재정위기가 본격화한 지난해 이후 중산층의 워크아웃 신청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신용회복위원회 관계자는 "소득 증가율이 둔화된 가운데 생활비가 늘어나면서 가계의 지불능력이 악화되고 있는 것이 최근 소득 수준이 높은 워크아웃 신청자가 늘고 있는 배경으로 볼 수 있다"며 "주택담보대출 상환 부담에 어려움을 겪는 하우스 푸어가 늘어난 것도 이유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법원에 개인파산을 신청하는 건수도 정부가 파산 신청자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한 다양한 조치를 시행한 뒤 지속적으로 줄어들다가 올해 1월 이후 증가세로 돌아섰다. 경기침체 장기화로 파산을 신청해야 할 만큼 한계에 몰린 가계가 늘고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가계의 채무상환 부담을 덜어줄 범금융권 차원의 대책이 시급히 마련되지 않는 한 중산층 붕괴를 막을 수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김대익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복수의 금융회사에 빚을 진 다중채무자들의 채무를 조정하기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며 "올해부터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부채의 원금 상환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만큼 일정 규모 이하의 대출에 대해 거치기간 및 만기를 연장하는 지원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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