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정수 기자=8월 증시 전망이 유럽발 ‘정책 서프라이즈’ 기대감에 낙관론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유로존 재정위기 해결에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이른바 ‘드라기 효과’가 전 세계 증시를 춤추게 만든 덕분이다. 코스피는 1800선 중반을 회복한 데 이어 이제는 1900선 탈환 시기에 관심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증권가가 점치는 하반기 예상지수 상단 또한 최대 2100선까지 뛰어올랐다.
다만 ECB가 8월 초로 예정된 통화정책회의를 통해 유로존 재정위기 해법을 구체화하기 전까지 섣부른 베팅은 금물이라는 신중론도 여전히 만만치 않다. 선언적인 수준인 ECB발 재료에 세계 증시가 반짝 올랐다가 당사국 간 협의 과정에서 난항에 빠져 되밀리는 과정을 되풀이해왔기 때문이다.
30일 코스피는 전거래일보다 14.63포인트(0.80%) 상승한 1843.79를 기록하며 1850선에 바짝 다가섰다. 8월 서머랠리 기대감이 벌써부터 커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외국인이 이날까지 2거래일 만에 1조원에 육박하는 9500억원어치 이상 주식을 사들였다. 개인만 같은 기간 1조1000억원어치 넘게 순매도했을 뿐 기관도 2100억원어치 이상 동반 순매수에 나섰다. 외국인은 선물시장에서도 이날까지 2거래일 연속 6000억원어치 이상 순매수했다.
◆하반기 예상지수 상단 2100선
유로존 재정위기 완화 기대감이 커지면서 하반기 코스피 예상지수 범위 또한 1700~2100선을 기록, 상단이 2000선을 훌쩍 넘어서는 모습이다. ECB가 스페인ㆍ이탈리아 국채를 직접 매입해 시장 안정을 꾀할 것이라는 전망뿐 아니라 유럽재정안정기금(EFSF)ㆍ유로화안정기구(ESM)에 자금을 투입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이런 정책 서프라이즈가 오는 8월 2일로 예정된 ECB 통화정책회의를 통해 가시화될 경우 국내외 증시에 상당한 활력을 불어넣어줄 것으로 보인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원은 “이번주 ECB에서 3차 장기대출 프로그램(LTRO)이 나오고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3차 경기 부양책을 내놓을 경우 시장은 예상을 넘어서는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CB가 기준금리 인하나 채권매입 프로그램(SMP) 시행에 그치는 정책을 내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나 기대치에 부합할 경우 중장기적인 상승 추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얘기다.
최석원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하반기 코스피 예상지수 상단을 2100선으로 제시하면서 “유로존 재정위기 해법은 결국 독일이 얼마나 나설 것이냐에 달렸다”며 “열쇠를 쥔 독일이 유로존 내에서 경제 안전지대라는 위상을 지키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어 ECB 협의 결과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ECB 통화정책회의 분수령
물론 ECB 통화정책회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시장 접근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독일 측 반응은 2011년 하반기 유로존 사태가 처음 불거졌을 때보다 미온적인 면도 있다”며 “기존처럼 유동성 차원에서만 접근하기보다는 유로존이 공동국채인 ‘유로본드’를 발행, 근본적으로 재정 문제를 풀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ECB발 깜짝 재료에 증시가 번번이 올랐다가 구체적인 정책으로 가시화되는 데 실패하면서 하락 반전하는 사례가 되풀이돼왔다”며 “ECB가 국채매입 프로그램을 가동하거나 유로안정화기구에 은행 권한을 부여하는지가 관건”이라고 전했다.
ECB 정책 보따리가 시장 기대치를 밑돌 경우 1800선이 다시 무너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종우 솔로몬투자증권 센터장은 “1780선이 지지선으로 작용하는 점은 확인됐으나 유로존 리스크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1700선까지 쉽게 밀리지는 않겠지만 향후 대외변수에 따라 1800선이 재차 위협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전략으로는 업종별 대응보다는 개별종목에 대한 접근이 유효할 것이라는 조언이다.
경기방어주인 유틸리티ㆍ음식료와 모바일 관련주, 소재ㆍ산업, 배당주가 하반기 유망주로 꼽혔으며 IT와 자동차주에 대해서는 실적이 뒷받침되는 종목을 중심으로 선별적인 접근 전략이 추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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