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미국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되지 않은 문건을 미국 언론에 공개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1일(현지시간) IT전문지인 올싱즈디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법정에서 기각된 아이폰 디자인 관련 문건을 보도자료 형식으로 공개했다.
이번에 삼성전자가 공개한 문건에는 전직 애플 디자이너인 니시보리 신의 "소니 제품을 참고해서 아이폰을 만들었다"는 증언이 포함됐다.
그러나 미국 법정이 해당 문건을 증거로 채택하길 거부하면서 삼성 측은 언론 공개라는 최후의 수단을 선택하게 됐다.
이 문건을 언론에 공개함과 동시에 삼성은 "재판부의 증거 제외 결정은 애플이 배심원단에 부정확한 변론을 하는 것은 허용하면서 삼성이 사건 전말(full story)을 들려주는 것은 막는 일"이라면서 "기각된 증거는 삼성이 아이폰의 디자인을 베끼지 않았다는 사실을 규명하는 문건"이라고 말해 재판부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일각에서는 이번 증거 공개를 두고 결정적인 증거 없이는 배심원 재판인 미국 현지 법정에서 이기기 힘들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삼성측은 증거 공개 당시 "(재판이) 공정성을 얻으려면 배심원이 사건의 모든 증거에 근거해 결론을 내리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달 31일 재판에서 삼성의 요청은 잇따라 기각됐다.
IT전문지인 더버지에 따르면 이날 모두발언에서 애플측 변호인들은 삼성 'F700'에 대해 "(논쟁이 되는 다른 제품과 마찬가지로) 애플의 디자인을 베낀 것"이라는 취지로 말하자 삼성측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삼성측 대표변호사인 존 퀸은 "아이폰 출시 전부터 삼성이 스마트폰을 디자인하고 있었다는 것을 입증할 자료를 증거로 채택하지 않은 결정을 재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루시 고 판사가 삼성측이 너무 자주 재고를 요청한다면서 요청을 거절하자 둘 사이에 설전이 오갔다.
또한 재판부는 삼성전자가 요청한 애플의 모든 변론 슬라이드에 있는 스티브 잡스의 사진을 빼달라는 것과 아이폰 디자인 관련 슬라이드 문건을 증거로 채택해달라는 내용을 모두 기각했다.
반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대한 스티브 잡스의 과격한 발언을 증거에서 빼달라는 애플의 요구는 받아들였다.
한편 애플은 이번 삼성의 보도자료 배포 직후 "비열하다(contemptible)"고 비난했다.
이어 애플은 이날 루시 고 판사에게 삼성전자에 긴급제재를 취해줄 것을 요청했다.
삼성 측 존 퀸 변호사는 “삼성전자가 언론에 증거를 공개한 것은 합법적이고 도덕적(ethical)인 행동”이라며 “언론의 문의가 많아 간단한 설명과 정보를 준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삼성전자가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도 없으며 그럴 의도도 없다”라고 강조했다.
더버지를 비롯한 일부 외신은 삼성이 미국 법정이 기각한 자료를 언론에 공개한 것은 항소를 염두에 둔 조치라고 분석했다.
애플이 1심에서 승리하더라도 충분한 자료 입증을 하지 못했다며 항소할 수 있는 명분을 축적했다는 것이다.
한편 삼성은 지난해 11월부터 핵심 증인인 니시보리 신의 증언을 청취하기 위해 노력해 마침내 지난 5월 증언을 확보했다.
그러나 이번 재판에서 증언이 채택되지 않았고 그 사이 니시보리가 애플을 퇴사하고 미국 연방법상 소환명령이 미치지 않는 하와이에 거주하고 있어 그의 법정 증언 확보에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증언 확보의 어려움, 변호인단과 법정의 설전 등으로 인해 삼성과 애플 간 특허소송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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