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계열편입한 업체에 대해서는 성과 미달시 만기 전이라도 원리금을 갚도록 요구할 수 있는, 다른 대기업집단 내부에서는 보기 어려운 조건을 붙이고 있어 자금을 지원하는 기존 KT그룹 상장업체 주가에는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 속한 KT그룹 지배회사 KT는 2010년 4월 지분 추가 취득으로 계열편입한 KT스카이라이프 자회사 한국HD방송(부분 자본잠식) 측에서 작년 11월 5년 만기로 발행한 30억원짜리 전환사채(CB)를 보유하고 있다. 이 CB에는 사업 부진시 발행일로부터 2년 후부터 조기상환을 요청할 수 있는 조건이 붙여졌다.
코스닥에 속한 KT그룹 상장사 KT스카이라이프도 마찬가지다. 한국HD방송이 2017년 말을 만기로 발행하는 49억원어치 CB를 오는 21일 매입할 계획이다.
KT는 KT그룹에 속한 지 3년 미만인 한국HD방송에 비해 편입된 지 최대 10년 이상인 KT엠앤에스, KT테크에 대해 유상증자를 통해 이달 안에 각각 870억원, 105억원씩 출자한다.
다른 대기업집단에서는 모자 또는 조모손자회사 간 CB를 통해 자금을 지원하는 사례가 금감원을 통해 확인 가능한 최근 5년 사이 없었다. 만기 전이라도 되갚을 것을 요구할 수 있는 조건을 붙이는 출자 형태 역시 마찬가지로 찾기가 어렵다. 여타 대기업집단을 보면 유상증자 참여로 신규 편입업체 자본을 영구적으로 늘려주거나 돈을 빌려주더라도 연체이율 같은 일반적인 조건 외에는 붙이지 않고 있다.
이는 KT그룹이 M&A를 통해 계열사 수를 늘리는 과정에서 상당수 신규 편입사가 부실화되는 바람에 연결재무에 부담을 줬기 때문으로 보인다.
예전 KT그룹 상장사를 보면 대체로 유상증자를 통한 신규 편입업체 지원이 일반적이었다. KT는 2008년 M&A를 통해 교육업체 KT에듀아이(현 K에듀)를 계열편입한 뒤 2011년 지분매각으로 계열제외하는 과정에서 모두 3차례에 걸쳐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KT에듀아이는 KT그룹 계열로 있는 동안 부채비율이 50% 미만에서 600%에 육박할 만큼 불어난 데 비해 적자에서 1차례도 못 벗어났다.
KT그룹은 M&A를 통해 계열사 수를 2010년, 2011년 각각 5개, 11개씩 모두 16개 늘린 반면 같은 기간 5곳(KT에듀아이, 뮤직시티미디어, 도레미미디어, 파란고양이, 디앤지스타)을 지분매각 또는 파산종결을 통해 계열 제외했다.
2011년 말 사모투자펀드(PEF)를 제외한 KT그룹 국내 계열사 44곳 가운데 35%에 가까운 15곳은 전액 또는 부분 자본잠식을 기록했다. 초기 대규모 투자를 일으켜야 하는 신규 설립 또는 편입사가 대부분 자본잠식에 빠지면서 KT그룹 전체적인 재무에 부담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벤처캐피탈업체가 투자회사 CB를 사들일 때도 조기회수 조건을 붙이는 사례는 흔하지 않다"며 "KT그룹이 신규 편입업체에 대한 검증을 마칠 때까지 한식구가 아닌 남남처럼 대하는 신중함을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KT그룹 관계자는 "출자를 받는 손자회사나 자회사 신용위험에 따라 CB 발행 조건이 정해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한국HD방송이 추진하는 새 채널사업 성장을 통해 KT 역시 양호한 콘텐츠를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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