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를 막론하고 재벌 때리기에 나설 게 아니라 시민권에 기초한 보편적 복지국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진정한 경제민주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장 교수는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들도 국민적 지원을 바탕으로 성장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사회적 대타협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19일 삼성 서초동 사옥에서 열린 수요 사장단 회의에 참석해 ‘한국 경제가 나아갈 방향’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장 교수가 삼성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그러나 과거에는 교차소유, 지주회사 금지로 인해 사업다각화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순환출자 밖에 없었다”며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현재의 구조를 이제 와서 하루아침에 바꾸라고 하는 것은 역사성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벌이 왜곡된 소유구조로 조직을 지배하게 된 것은 역사적 산물이라는 주장이다.
장 교수는 “사업다각화는 대부분의 선진 자본주의 국가에도 일반적으로 나타난다”며 “핵심역량만 강조했다면 삼성은 아직도 양복과 설탕만 만들고 현대는 길만 트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주 자본주의 원칙대로 운영되고 있는 기업의 수는 오히려 얼마 되지 않는다”며 “이러한 원칙을 그대로 따르는 기업도 성과가 미진한 경우가 있다”고 덧붙였다.
장 교수는 여야가 대선을 앞두고 화두로 제시한 경제민주화가 재벌 개혁의 다른 이름으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그는 “경제민주화는 시민권에 기초한 보편적 복지국가를 만드는 것”이라며 “주주 자본주의를 앞세워 대기업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높은 자살률과 낮은 출산율, 고령화 등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들을 막기 위해 보편적 복지국가를 고민해야 한다”며 “복지가 성장의 바탕이 되는 선순환을 이루는 것은 결코 쉽지 않으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지만 경제민주화의 본래적 의미대로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삼성을 비롯한 재벌에 대해서도 직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대기업들이 국민과 국가의 지원을 바탕으로 성장한 것은 사실”이라며 “경제민주화 논의도 대기업이 혼자 큰 게 아니라는 인식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경제민주화에 대한 논의가 사회적 대타협으로 옮겨가야 한다는 게 장 교수의 생각이다.
그는 “이제는 주주 자본주의 틀에서 벗어나 사회적 대타협을 받아들이고 거기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며 “대기업도 경제민주화 논의가 왜 나왔는지에 대한 성찰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삼성 관계자는 “한국 경제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장 교수의 생각을 들어보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이 들어 이번에 강연자로 초빙하게 됐다”며 “정부나 특정 기업을 의식한 조치는 아니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