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세권 약발 다했나…지하철 개통에도 시장 잠잠

  • 7호선 주변 전세·매매 약세<br/>분당선 집값은 오히려 하락

아주경제 김현철 기자= '길이 뚫리면 집값이 오른다.' 부동산 시장에서 늘 통했던 금언이다.

새로운 교통노선 개통은 교통시설 부족으로 저평가됐던 지역에서는 최고의 호재로 꼽혔다. 길이 새로 놓이거나 뚫리면 주변 집값과 땅값은 자연스레 오르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부동산시장에서 교통 호재 약발이 전혀 먹히지 않고 있다. 지하철 개통이라는 대형 재료에도 시장은 꿈쩍도 하지 않는 것이다.

4일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서울 온수에서 인천 부평구를 잇는 서울 지하철 7호선 연장선 개통이 20여일 남았지만 이 일대 부동산시장은 시장은 잠잠하기만 하다.

서울 7호선 연장선은 온수역부터 부평구청역까지 총 10.2㎞에 이르는 구간 10개역이다. 당초 2010년 개통이 목표였지만 사업예산 문제 등으로 2년 연장돼 이달 25일 개통을 앞두고 있다. 연장구간이 개통되면 부천과 인천에서 40∼45분이면 환승 없이 서울 강남권으로 갈 수 있다.

작년 이맘 때만 해도 수혜지역인 중동신도시와 상동택지지구, 부천시 여월택지지구, 춘의사거리 재개발지역 등 인근 부동산시장에는 7호선 연장선 개통에 따른 기대감이 그대로 반영됐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지난해 이 일대 전셋값은 부천시 8.77%, 인천 부평구 6.98%, 중동신도시 7.1%가 올랐다.

하지만 개통 직전에는 역세권 주변 전셋값이 더 오름세를 탈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요즘 이 일대 전세시장은 조용하기만 하다. 매매시장도 약세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부천시 전셋값은 올해 1월부터 최근까지 2.62% 상승했다. 인천 부평구와 중동신도시도 각각 1.07%, 3.05% 올랐다. 지난해와 비교해 가격 상승 폭이 그리 크지 않다.

실제로 인천 부평구 부개동 주공1단지 전용면적 49.95㎡(옛 22평형)는 전셋값이 지난해 750만원 이상 뛰었지만 올 들어서는 350만원 오르는 데 그쳤다. 인근 J공인 관계자는 "7호선 연장선 개통이 성큼 다가왔지만 전세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며 "전셋값이 뛰려면 지하철 개통 2개월 전인 8월부터 전세시장이 꿈틀거려야 했는데 그렇지 않은 걸 보면 수요자들이 움직이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천시 중동 은하효성·쌍용아파트 전용면적 102.05㎡(38평형) 전셋값도 지난해 2500만원 상승했으나 올 들어서는 9월말까지 500만원 정도 올랐을 뿐이다.

이달 6일 개통되는 분당선 서울 왕십리~선릉구간(6.8㎞)의 수혜지역인 서울숲역이 위치한 성수동1가 일대 주택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전세시장도 별 움직임이 없고, 매매시장은 하락세가 뚜렷하다.

성수동1가 장미아파트 전용면적 49.23㎡는 매매가격이 올해 초 5억250만원에서 4억9000만원으로 떨어졌다. 인근 동아아파트(전용면적 52.5㎡)도 매매가가 올 초보다 1750만원 떨어진 4억4500만원 선이다.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매매는 물론 전세 수요가 뜸하다"며 "지하철 개통에 따른 초역세권 단지도 시장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는 12월 1일 개통을 앞둔 분당선 경기 용인 기흥~수원 방죽구간(7.7㎞)은 아파트 단지와 역이 가까워 대부분의 아파트가 역세권 단지다. 하지만 이곳 집값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수원시 영통동 살구골현대아파트 전용면적 99.58㎡ 전셋값은 평균 2억4750만원 선으로 올해 초와 비슷하다. 매매가는 올 들어 1500만원 내려 4억8000만원 선을 형성하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연구실장은 "예전에는 교통 호재가 해당 지역 집값을 견인하는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시장 침체의 골이 워낙 깊어 집값의 추가 하락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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