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서는 QE3 시작과 함께 유동성 효과의 힘으로 외국인 자금의 대량 유입을 기대하며 낙관론이 확산됐지만, 코스피는 다시 QE3 한 달 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외국인 매수 강도 역시 QE3 시행 전보다 오히려 약해진 상황이다. 예상보다 높은 대내외 경기 우려감, 각국 대선 불확실성, 잠재리스크인 유럽 재정위기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외국인은 장중 매도 우위를 기록했지만 장 마감 후 대량매매에서 주식을 대거 사들여 841억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이날 시장에서는 옵션만기일을 맞아 최대 3000억원에서 4000억원어치의 물량이 쏟아질 것으로 우려했지만 2000억원에 못 미친 1966억원 순매도에 그쳤다.
문제는 QE3다. 시행된 후 국내 증시 첫 거래일인 지난달 14일부터 이날까지 외국인은 2조6159억원을 순매수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서는 고작 1355억원 순매수에 그치며 매수 강도가 전달보다 현저히 떨어졌다. QE3 시행 기대감이 컸던 8월 한 달간 순매수 규모 5조2651억원의 절반에 그친 수준이다.
코스피도 QE3 시행 전으로 되돌아갔다. 지난 13일 코스피는 1950.69로 거래를 마친 후 다음날 56.89포인트 올라 2007.58로 고점을 찍었다. 하지만 이날 코스피는 1933.09로 장을 마쳤다.
QE3 시행 후 시장에서는 최대 12조원의 미국계를 주축으로 한 외국인 자금이 들어올 것으로 기대했다. 물론 이 물량은 '한꺼번'에 들어올 성질의 것은 아니라는 게 전제였다. QE1 시행 기간 1년 3개월 동안 미국계 자금은 12조원, QE2 시행 기간 1년 동안 9조7000억원이 유입된 바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최근 대내외 변수가 당초 예상보다 커져 외국인의 자금유입을 이끌기에 불확실한 국면이 찾아왔다고 진단한다. 조성준 NH농협증권 연구원은 "QE3가 시행된 지 한 달밖에 안돼 예단은 어렵지만 기본적으로 자금은 채권쪽에서 와야 하는데 아직 리스크 프리미엄이 완화되지 못했다"며 "단기적으로 두 달 뒤 미 대선, 중국 정권교체 등 정치적 요인도 있어 좀 더 지켜보자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QE3의 정책효과는 현 시점까지는 합격점을 받고 있다. 9월 중반부터 미국 심리지표를 중심으로 ISM제조업 및 서비스 지수가 개선됐다. 하지만 심리지표는 실물지표에 대한 기대감이 전제된다는 점에서 아직 9월 기대심리를 만족시킬지에 대해 회의적이다.
특히 QE1과 QE2가 시행됐을 당시와 대외 여건이 크게 다르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세계 경제성장률을 3.3%로 하향조정한 데 이어 한국은행 역시 올해 국내 성장률을 2.4%로 낮췄다.
김주형 동양증권 투자전략팀장은 "QE3 효과는 정책에 대한 신뢰도를 올려 심리지표를 개선시켰지만 아직 실물로 전이되기에는 정책 시차가 있다"며 "문제는 외국인 자금의 타이밍인데 과거 양적완화 시에는 미국, 유럽의 여건이 좋아 국내 증시도 크게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하지만 QE3를 발표했을 당시 기대했던 스페인과 그리스 문제가 여전히 해법을 찾지 못하며 잠재 리스크로 남아있고, 미국과 중국도 받쳐주지 못해 국내를 포함한 주변국 증시가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여기에 최근에는 내년 미 대선 이후 QE3 정책 기조가 이어질 수 있느냐는 불확실성도 시장에 커진 상황이다. 곽병열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바마 대통령은 QE3 중심 통화정책, 롬니 후보는 전면적 감세정책으로 기본적인 시각 차이가 있다"며 "롬니 후보는 오는 2014년 1월 임기가 만료되는 버냉키 의장에 대한 연임을 반대하고 있고, 사실상 금본위제 검토기구를 제안해 공화당 집권시 연준의 통화완화정책 연속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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