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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KDB학생미술대전'에서 '노벨상의 꿈'을 주제로 중학생부분 대상을 수상한 박예찬군과 강만수회장이 그림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두가지꿈이 있다. 미술심리치료사가 되는것과 노벨문학상을 타는것이다. 긍정의 힘을 믿고 미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겠다"
이런 우연이 있을까.
2일 산업은행이 연 '제1회 KDB학생미술대전'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상한 봉화중학교 박예찬군의 소감은 강만수 KDB금융그룹회장의 마음을 설레게했다.
'노벨문학상'. 강회장에게도 '눈가가 찡해지는 노스탤지어'가 있다.
50여년전, 그는 '노벨문학상'에 도전해보겠다고 고등학교를 그만둔적이 있다. '지독한 가난'때문이었다. 경남고에 입학한 그는 합천 고향을 떠나 부산에 유학와 가난으로 방황했다. 하숙할 처지도 못돼 여기저기 친적칩에 얹혀살다가 자취도 하고 공부하는 처지였다.
겨우 입주가정교사자리를 얻었던 그 집에서 문학전집을 탐독했다. 소설속에서 세상에 대한 불만과 저항을 배웠다. 1962년 고등학교 2학년때인 그해. 노벨문학상을 존 스타인벡이 받으면서 소설가가 되겠다는 응어리는 굳어졌다. '철조망 안에 익어가는 포도는 캘리포니아로 이주하던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분노의 포도였다'는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를 읽으며 젊은피를 뜨겁게 하던 시기였다.
어느날, 점심도 거른 '허기'때문에 수업시간에 깊은 잠에 빠져버렸다. 깨워도 일어나지 못하던 그를 선생은 잠에 빠진 이유를 누차 물었지만 구구하게 사정을 얘기하지 않았다. 반항한다고 생각한 선생은 코피가 터지도록 그를 때렸다. 엉뚱한 고집이 발동한 건 이때였다.
"그래. 이놈의 학교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스타인벡도 오 헨리도 독학으로 노벨상도 타고 아름다운 소설도 썼지 않았는가. 고등학교 중퇴학력이면 나도 할수 있다."
그날저녁 '실력있는 국어교사'였고 그에겐 입주가정교사자리까지 봐주며 격려하던 '(김영신)선생'을 찾아갔다.
"학교를 그만두고 시골에 돌아가 소설공부를 해 노벨상에 도전해보겠다."고 했다.
선생은 "실패를 겁내지 말고 도전해봐라. 너는 할수 있을거야" 격려해줬다.
그러면서 "담임께는 내가 얘기할테니 학교를 그만두지는 말고 휴학을 해라. 문학은 고난의 길이다. 노벨상을 받으려면 세계와 경쟁해야 하는데 동기와 경쟁하는 공부가 훨쒼 쉽다.소설공부를 하다가 자질이 있다고 생각하면 계속하고 아니다 싶으면 학교로 돌아와 원래 희망대로 서울법대로 가라"고 충고했다.
다음날부터 고향 합천 산골로 돌아와 낮에는 농사일을 하고 밤에는 호롱볼밑에서 소설공부를 하는 생활이 이어졌다.외로움이 몰아치는 달밤이면 막걸리를 한잔 걸치고는 한없이 길을 걸었고, 십리를 넘게 걸어 황강 백사장을 헤메기도 했다. 소설공부는 하면 할수록 자신이 없어져갔다.
선생님께 다시 연락드렸다. 입주가정교사 자리를 마련할터이니 얼른 학교로 돌아오라고 했다. 복학해서도 여전히 힘든 생활은 이어졌다. 학비도 생활비도 안드는 육군사관학교로 가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선생님은 서울대 법대를 가는게 좋겠다고 권유했다.
가정교사를 하며 다니는 학교생활 몸이 쇠약해져 공부를 제대로 할수 없었다. 선생은 고향에 내려가 몸을 보하면서 공부하는 것을 허락했고 시험직전 부산에 와서 선생님이 대신 접수해준 서울법대 수험표를 받고 서울에 올라가 시험을 보았고 합격을 했다.
강 회장은 "그때 김영신 선생님이 없었다면 나는 무엇이 되었을까."를 늘 새기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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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만대장경의 문화저력과 대장경 항아리등 미술대전 부상에 대해 설명하는 강만수회장. |
'KDB학생미술대전'시상식 행사에서 강회장은 누구보다 신명났다.
사람에게 가장 큰 감동은 사람으로부터 전해지는 감동이다.
가난속 빛이었던 '스승의 은혜'는 이어지고 있다. '실패를 겁내지 말고 도전해봐라'는 선생의 말은 그의 인생의 지침이 됐다. 이번 미술대전 주제도 '도전'이었다.
이날 강회장은 '미술영재'들을 극진대접했다. 단순히 상을 주고 인사말하는 형식을 벗고 '쇼맨쉽'도 발휘했다.
수상자들에게 주는 부상도 꼼꼼히 챙겼다. 보자기에 담긴 선물을 들고 걸으며 "거저싼 보자기가 아니다"며 "며칠째 고민해 나온 것"이라고도 했다.
"무엇이든 담을수 있고 쉽게 이동할수 있는 '보자기의 미학'으로 좌중의 웃음보를 터트린 그는 "한국사람 만만하게 볼게 아니다"고 강조했다.그의 스토리텔링은 '보자기' 하나만으로도 '정'을 듬뿍 느낄수 있게 했다.
상금외에 부상으로 전해진건 '매난국죽'이 그려진 '대장경'항아리, 도자로 만든 필통등이었다.
학생들에겐 진부할수 있는 부상이었지만, '파란보자기에 담긴 선물'은 '국가경쟁력은 문화산업'을 강조하는 그의 사고와 이어져있었다.
'대장경 항아리'등은 팔만대장경 1천년을 기념해 제작한 작품으로 해인사의 팔만대장경과 합천의 흙이 '도예기술'과 어우려진 '우리 것, 우리문화'의 우수성을 학생들에게 다시한번 각인시키는 선물이었다.
강회장은 "팔만대장경은 고려 현종 2년(서기 1011년)에 제작되어 세계에서 가장오래되고 가장 완벽한 불교 대장경판"이라며 "1450년 독일의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인쇄술보다 앞선, 1000년의 문화 저력을 가진 우리나라는 이제 세계어느 민족보다 인간을 존중하고 최고가 될수 있다는 걸 학생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이걸 선물로 골랐다"고 했다.
강회장은 "남의 나라 부러운 세대에서 탈피하자"며 "이런 저력으로 KDB은행이 도이치뱅크 시티뱅크를 누르고 우량은행으로 등극했다"는 자신감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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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설치작가 강익중의 설치작품에 품은 파이어니어 갤러리에 학생미술대전 수상작이 전시됐다. |
이날 학생들과 산업은행 야외정원에 조성된 '파이어니어 갤러리'에 전시된 수상작품들을 관람한 강회장은 몇몇 작품은 직접 구매하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관심의 부싯돌'이 인생역전의 사다리가 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 작품이 판매된 학생과 부모는 환호했고, "큰 자신감이 생겼다"며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도 보였다. 이 학생미술대전은 우수상 이상 수상자 14명에게는 해외연수 기회와 잠재력이 높은 학생에게는 해외 미술유학도 지원한다.
산업은행 '파이어니어 갤러리'는 앞으로 작품을 전시만하는 곳이 아니라 판매도 이뤄지는 공간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파이어니어 갤러리'는 세계적인 설치작가 강익중의 알록달록 한글 작품 58m 길이의 작품으로 앞면과 달리 뒷면은 가변형 큐브를 설치 200여점의 작품들이 들어있다.
예술속의 예술을 품은 작품은 작가의 유연성이 돋보인다. 덩그란채 적막했던 은행건물이 문화공간으로 변신하며 사람과 사이, '마음을 확장'하고 있다. LED조명을 내장,야간에 더욱 아름답게 보인다.
이 갤러리는 학생미술대전 전시가 끝나면‘2012년 KDB전통공예산업대전’의 수상작을 전시할 예정이다.
“산업은행으로서는 우리나라의 산업경쟁력과 직결되는 분야, 전통공예와 같이 예술이나 문화가 산업으로 이어지는 분야를 지원육성하겠다"
시대의 우울을 통과한 '강고집'의 '고집'이 문화산업으로 옮겨붙었다. 이날 만난 강 회장은 "(도전)할일이 많아 행복하다"고 했다. 프로란 모양보다 결과다. 튄들 어쩌랴. 열정도 재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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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에 더 빛나는 파이어니어갤러리. 세계적인 설치작가 강익중의 한글이 담긴 58m길이 작품은 예술속에 예술을 품은 '생성하고 순환하는' 보기드문 공공조형물이다. / 사진=박현주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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