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혁명 지도자 마오쩌둥(毛澤東)은 '여성이 하늘의 절반(女人半邊天)'이라는 유명한 말로 남녀평등을 주장했지만 정작 현재 중국 공산당 최고 지도부 내 여성 정치인이라고는 한 명도 찾아볼 수 없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2일 중국 공산당 지도부 교체가 이뤄지는 제18차 전국대표대회(18차 당대회)를 앞두고 차기 지도부 인사와 관련한 각종 하마평이 나돌고 있지만 이 중에 여성 정치인이 포함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도했다.
중국 내 유일한 여성 정치국원으로 여성 최초로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진입 여부로 관심을 끌었던 류옌둥(劉延東) 국무위원 마저 상무위원 진입이 사실상 어렵게 되면서 여전히 중국의 최고 지도층은 남성만의 리그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
현재 중국 31개 성ㆍ특별시ㆍ자치구의 성(省)급 여성 지도자는 안후이(安徽)성 리빈(李斌) 성장과 푸젠(福建)성 쑨춘란(孫春蘭) 당서기 두 명뿐이다.
WP는 지난 30년 간 중국에서 여성으로서 성장을 역임한 사람은 리빈을 포함해 모두 4명이며, 심지어 성급 당서기에 오른 여성 정치관료는 지난 1985년 완샤오펀(萬紹芬) 장시(江西)성 당서기 이래 쑨춘란이 둘째라고 설명했다.
중국에서는 보통 각 지역의 성장이나 성급 당서기가 중앙 정치국원이나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발탁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향후에도 여성이 당 최고지도부에 포진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전했다.
실제로 중국 공산당 중앙조직부 통계에 따르면 중국 내 부장급(장관급) 및 그 이상 관료 중 여성의 비중은 11%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 여성학자 펑위안(馮媛)은 “중국 공산당은 여성들이 하늘의 절반 심지어 3분의1을 차지하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고 남성 중심의 권력사회를 비판했다. 그는 “솔직히 많은 여성들이 더 높은 지위로 올라가고 싶어하지만 한편으로는 성 접대, 술 문화 등과 같은 남성 위주의 정치 문화에 적응하길 꺼려한다”고 전했다.
신문은 여성들이 유독 정치 영역만큼은 남성에게 뒤쳐지고 있는 원인으로 중국 내 가부장적 관습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기업들은 구인광고에서 ‘매력적’인 여성을 원하고 중국 도시 곳곳에는 한국의 룸살롱처럼 젊은 접대 여성들이 남성과 함께 술 마시고 노래를 부르며 춤추는 가라오케가 산재하고 있다. 심지어 올해 ‘유로 2012’가 개막했을 때에는 중국 한 지방 방송국에서 비키니를 입은 기상캐스터를 등장시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중국 관료들 사이에서 널리 퍼진 ‘얼나이(二奶 첩)‘ 문화 역시 문제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사회에서 몇 명의 얼나이를 두고 있는 것이 자신의 권력을 과시하는 상징이 되고 있다는 것. 최근 부패 혐의로 몰락한 류즈쥔(劉志軍) 전 철도부 부장이나 보시라이(薄熙來) 충칭시 당 서기가 대표적인 예다.
여기에 측천무후나 서태후, 장칭 등 중국 역사상 권력의 정점에 섰던 여성들에 대한 중국인의 시각은 매우 부정적이라는 점, 그리고 남자와 여자의 퇴직연령이 다르다는 점 등이 여성들이 정계 진출하는 데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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