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관계 화합인가 '신 냉전'인가
아주경제 베이징 특파원 조용성 기자 = 중국은 오랫동안 세계 1위국가였다. 한나라, 당나라, 명나라, 청나라 시대 중국은 경제력으로 보나 국방력으로 보나 단연 세계 최강국이었다. 문화적으로는 다른 나라에 비할바가 아니었다. 청말기부터 국력은 쇠퇴했으며 근세사회에 서양세계의 침략에 무기력하게 당할 수 밖에 없었다. 또한 일본의 침략에도 속수무책이었다. 2차대전이 종결된 후 20세기 중후반까지도 중국은 극빈국으로 취급받는 치욕을 당했다. 그러던 중국이 과거의 영화를 부흥시키자고 외치고 나섰다.
지난 15일 공산당 총서기에 등극한 시진핑(習近平)은 취임일성으로 “중화민족은 위대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우리의 책무는 중화민족의 부흥이며 이를 위해 분투해나가 인민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중화 민족은 지난 5000여년 동안 인류 문명의 진보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며 “중화민족은 더욱 힘을 길러 인류에 더 공헌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외부적으로 중화민족의 부흥을 외쳐 강대국으로서의 목소리를 내고 주어진 역할을 하겠다는 뜻이다. 또한 G2에 올라선 김에 세계 제일로 나가겠다는 의지의 발로로 해석된다. 그리고 미국에 맞서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시진핑 시대가 직면한 외교 현실은 험준하기만 하다. 최우선 당면 과제는 일본과의 댜오위다오(釣魚島, 일본명 센카쿠열도), 필리핀ㆍ베트남과의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 해결이다. 특히 영유권 갈등과 맞물려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Pivot to Asia)을 본격화한 미국의 대중(對中) 압박 전략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의 문제는 시진핑 시대 중국 외교정책의 핵심 과제다.
재선에 성공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첫 해외 순방지로 17~20일 동남아시아 3개국을 찾을 만큼 중국을 ‘겨냥한’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18일 캄보디아를 방문해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 중국과 대립하는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회원국들과 ‘대책’을 논의해 중국을 긴장시켰다.
시진핑은 이미 후진타오(胡錦濤) 집권 2기에 국가부주석으로서 외교 정책 결정에 참여해왔기에 집권 이후에도 기존 정책을 크게 변화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대세다. 후진타오가 해온 대로 `평화적으로 일어선다‘는 의미의 ’화평굴기(和平崛起)‘를 기본으로 해 필요하면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하고 싶은 대로 한다’는 ‘유소작위(有所作爲)’ 전략을 병행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물론 G2(주요 2개국)로서 부국강병 전략 유지는 당연하다.
후진타오는 18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업무보고에서 “그 어떤 외부적 압력에도 절대 굴복하지 않고 국가 주권과 안보, 발전 이익을 단호히 수호할 것”이라고 전에 없던 표현을 썼다. 당 대회 업무보고는 차기 지도부의 ‘과제’라는 점에서 시진핑 외교정책의 기본 방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진핑 시대에는 외교ㆍ안보적 도전이 이전보다 더 거세질 것으로 예상돼 기존 정책의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사실상 미국이 ‘배경’으로 작용하는 댜오위다오, 남중국해 영토분쟁의 추이를 보면 적어도 아시아 지역에서 ‘신냉전’의 조짐도 보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댜오위다오 분쟁에선 일본을, 남중국해 분쟁에선 필리핀ㆍ베트남을 간접 지원해온 미국이 본격적으로 팔을 걷고 나서면 미중 대결 구도가 확연해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 미국은 올들어 남중국해와 가까운 호주 북부 해안에 미군 기지를 설치하기로 합의했고, 남중국해 한가운데인 싱가포르에는 미 해군 함정 배치를 예약했다. 이미 필리핀과 베트남엔 외교ㆍ군사 협력을 아끼지 않고 핵 협력 의지까지 내비치고 있다.
아울러 미국은 중국의 태평양 확장을 차단하려고 일본ㆍ인도를 잇는 3각 동맹을 강화해왔다. 미국은 근래 일본과 합동 군사훈련을 빈번하게 열고 미일 동맹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중국의 군사적 굴기 또한 심화될 전망이며 이로 인한 미중 간의 신경전도 깊어지는 양상이다. 2011년 기준으로 중국은 1290억 달러의 국방비를 지출해 미국의 6분의 1 수준에 불과했지만 갈수록 그 격차가 줄어들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미국은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점차 중동에 대한 개입을 축소하고 대외 전략의 중심점을 아시아로 옮기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거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레오니드 브레즈네프 서기 시절의 미소 냉전이 아닌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 총서기 간의 미중 ‘신냉전’이 초래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한반도 정책이 미중관계의 영향권에 들어갈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경제발전에 전념할 국제환경 조성과 국제적 영향력 확대라는 두 가지 외교목표 아래 한반도 정책, 대북 정책을 편다는 게 중국의 기본적인 입장이지만 미중 관계가 악화하면 중국이 북한 카드를 이용하려 할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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