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근정 기자
2012년을 비롯해 지난 3년간 침체를 면치 못했던 중국 증시에 ‘희망의 빛’이 감지되고 있다. 작년 말 중국 증시가 잇달아 2000선을 하회했으나 시진핑(習近平) 총서기의 개혁개방 및 안정적 경제정책 강조 및 15일부터 이틀간 개최된 중앙경제공작회의 등으로 인한 경기회복 기대감으로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 이외에 최근 주요경기지표 및 경제전망도 호전되면서 2013년 중국 증시가 안정적으로 소폭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 침체 중국 증시, 작년 12월 반등기미
중국 상하이(上海)종합지수는 2008년 베이징(北京) 올림픽 개최에 대한 기대감이 최고조였던 2007년 6124.04 포인트로 최고점을 찍었으나 이후 미국 서브프라임 위기가 몰아닥치면서 2000선 이하까지 급락했다. 이후 2009년 중국 정부의 4조 위안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3000선까지 회복됐지만 다시 유럽재정위기 등 글로벌경제 악화로 지속적인 내림세를 이어갔다. 특히 2012년 들어 유럽재정위기, 수출입 부진, 최근에는 일본과의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 분쟁까지 악재로 등장해 작년 9월 26일 다시 2000선이 붕괴, 12월 3일 중국 상하이 종합지수는 전주에 비해 20.35포인트(1.03%) 하락한 1959.77로 다시 연중 최저치를 경신해 중국 증시침체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증폭됐다.
그러나 12월 4일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경제정책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히자마자 중국 증시는 단숨에 2000선을 회복했다. 또한 12월 15일 중국 경제관련 최고회의인 중앙경제공작회의가 개최되면서 경기부양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상하이 종합지수가 전일대비 89.15 포인트(4.32%) 급등한 2150.63으로, 선전성분지수는 359.55 포인트(4.40%) 상승한 8530.90으로 기록해 긍정적 신호를 보냈다.
특히 시 총서기가 ‘도시화’를 강조하면서 부동산, 시멘트, 건자재 업종이 강세를 나타냈으며 중국 경제지표의 호전 역시 경기회복의 기대감도 키운 것으로 분석됐다. 작년 11월 중국 제조업구매자관리지수(PMI)는 50.6으로 경기확장 국면을 나타내는 50선 이상을 유지했으며 11월 CPI 상승률도 2%에 그쳤다. 세계은행 수석 부총재를 역임했던 베이징(北京)대 린이푸(林毅夫)교수를 비롯한 대다수 전문가들이 경기지표 호조세를 반영해 2013년 중국 경제가 8%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국제통화기금(IMF)과 중국 사회과학원은 경제성장전망을 8.2%로, 세계은행과 스위스은행이 각각 8.1%, 7.8%, 골드만삭스는 8%로 예상했다.
◆ 경제전망 밝아, 2013년 증시도 ‘날개’
중국 경제전망이 상향조정되면서 다수의 투자회사들이 2013년 중국 증시가 소폭 상승해 3년간의 침체기 탈출, 2600포인트 이하에서 안정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여전히 글로벌 및 중국경제의 불확실성으로 최하 1800포인트까지의 하락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으나 대부분은 작년처럼 2000선이 붕괴될 확률은 매우 낮다고 밝혔다.
중국 둥팡(東方)증권 샤오위(邵宇) 수석 애널리스트는 중국 A주가 2012년 최저수준보다 15%가량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 정권교체시기와 중국 경제 5개년 개발계획 3년째 되는 시기는 경기가 좋아지는 경향이 있다” 며 “경기부양책의 효과가 가시화되면서 안정적인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시진핑 총서기의 경제관련 발언 및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도시화’가 강조됐음을 지적하고 건축자재, 부동산 등 관련 주의 상승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했다.
시난(西南)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3년 동안 중국 증시가 침체된 것은 중국 경제가 전환기를 맞았기 때문” 이라며 “시장이 서서히 적응하기 시작해 올해 증시는 작년에 비해 등락폭이 감소하고 급락의 우려도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중국 정부 당국의 경기부양정책도 긍정적 요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2009년 4조 위안의 부양정책을 실시했을 때처럼 ‘V’, ‘U’ 형 회복세를 보이기는 어렵다며 중국에 ‘L’ 형 경제가 등장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난증권은 2000선이 붕괴될 가능성은 작으나 상승폭이 제한적일 것이라며 2013년 중국 증시 연중 최고치가 2500에서 2600 포인트 사이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스위스 글로벌 금융회사 UBS AG는 올해 중국 증시가 3년간 지속됐던 베어마켓에서 벗어나 수익을 창출하는 불마켓(Bull Market)으로 변모할 것을 점쳤다. UBS는 2013년 A주(내국인전용)시장의 투자수익률이 20%, 기업 수익 증가율은 9%의 긍정적인 전망치도 내놓았다. 또한 중국 경제의 회복세가 기업경영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것이며 개방화를 향한 자본시장 개혁도 긍정적인 요소로 꼽았다. 특히 2013년 1분기 채권, 보험, 전력, 건축자재 등 반등주기가 있는 종목의 상승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분석했다.
다퉁(大同) 증권연구소 스진융(石勁湧) 소장 역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중국 A주 증시가 중단기적으로 반등세를 보일 것이며 1800~2600포인트 사이를 오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중국 경제개혁이 파이낸싱 구조개혁의 방향으로 진행될 예정이라 채권 등 금융업과 주기를 타는 철금속, 은행 등이 수혜주가 될 것으로 점쳤다.
궈진퉁융(國金通用) 우창(吳强) 펀드 매니저도 중국 경제가 저점을 찍은 후 ‘L’자 형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며 상승세를 이어가더라도 점진적이고 장기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점쳤다. 2013년 증시 변동범위는 1800~2500 사이로 다른 투자회사의 전망치와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또한 중앙경제공작회의가 제시한 향후 경제정책 윤곽에 따라 중국 증시 4대 키워드, 즉 ‘도시화•농업선진화•친환경•소비수준제고’ 관련주를 중심으로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 중국 증시 불확실성 여전해…‘방심은 금물’
그러나 일각에서는 중국 사회 및 증시에 잔존하는 불확실요소의 영향으로 내년 증시가 올해보다 악화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창청(長城) 증권은 2013년 지준율이 2차례 인하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는 있지만 통화완화정책이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칠 것으로 보이는 데다 중국 증시가 자금유동성이 아닌 상장회사의 경영상황 및 펀더멘털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며 중국 증시상황이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이외에 3월로 예정된 전국인민대표대회 등 주요 정치활동으로 인해 경기부양책 실시시기가 늦춰질 수 있다는 점도 증시 침체의 이유로 꼽았다.
중국 증시에 여전히 잔존하는 불확실요소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중국 증시 경기회복의 효과가 반영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중국 증시의 70% 가까운 계좌가 ‘좀비상태(휴면계좌)’로 전락할 정도로 투자심리가 냉각됐으며 주가가 천원도 채 안되는 소위 ‘깡통’ 주식도 급증하는 추세다.
이 외에 지난해 11월에 이어 12월 연내 최대 규모의 비유통주가 해금돼 증시 물량압박을 키웠으며 올해에도 비유통주 해금폭탄이 예고되어 있어 우려가 크다. 특히 7월에 사상최대 규모인 시가 7417억 위안 규모의 비유통주가 시장에 쏟아질 예정이다. IPO 기업공개 신청기업의 급증도 수요가 냉각된 중국 증시에 부정적 요소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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