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는 지난해 기준금리를 7월과 10월 두 차례 총 0.50%포인트 인하한 바 있다.
이번 기준금리 동결 결정은 부진한 경기와 원화 강세로 인하에 대한 부담은 있었지만, 현재 경기 여건이 완만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무역수지가 286억 달러 흑자(잠정치)를 기록하고, 3분기 GDP(국내총생산) 민간소비도 전년동기대비 1.6%로 전 분기(1.1%)보다 증가한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낮은 소비자 물가상승률도 동결 요인 중 하나다.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4%로 전월(1.6%)보다 하락했으며,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인플레이션율도 1.2%로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더불어 신 정부가 아직까지 출범하지 않았다는 점도 기준금리 동결 요인으로 꼽힌다. 새로운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통화정책 수단을 움직이는 것은 부담이 크다. 실제로도 지금껏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기준금리를 조정한 적은 없었다.
전날 유럽중앙은행(ECB)이 정책금리를 동결한 점 등 대외요인도 금리 변동의 발목을 잡았다.
ECB는 지난 8월 금리를 내린 이후 6개월째 0.75%로 동결했으며, 영란은행(BOE) 역시 1월 통화정책회의에서 정책금리를 0.50%로 동결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기자회견을 통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경기 상황이 올 하반기부터 회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재정절벽 협상 타결과 주요 선진국의 경기지표가 회복세를 보이는 등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도 점차 완화되는 모양새다.
시장에서도 금통위가 이달은 쉬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앞서 한국 금융투자협회가 채권 전문가 203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89.8%가 기준금리 동결을 전망했다.
하지만 최근 환율의 움직임과 김중수 한은 총재의 발언 등은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여전히 높이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1060원선이 붕괴된 1057.9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1050원대로 환율이 떨어진 것은 지난 2011년 8월 4일(저가 1055.8원) 이후 17개월만이다.
경기 회복세와 맞물려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높아지면서 원화 절상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게 시장의 전망이다.
아울러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을 통해 "앞으로 국내경제는 유로지역의 경제활동 부진 등에 따른 세계경제의 더딘 회복세 등으로 마이너스의 GDP갭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말미에는 "저성장 지속으로 성장잠재력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 가운데 중기적 시계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 범위 내에서 유지되도록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전히 국내 경기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인식과 함께, 성장 잠재력을 언급한 것은 향후 추가 인하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또한 김 총재는 최근 신년사를 통해 통화정책 목표로 인플레이션 타깃팅(물가안정 목표)보다 명목 GDP가 더 적절하다는 학계의 일부 주장을 언급하며, 통화정책 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난 3일 열렸던 범금융기관 신년인사회에서도 성장세 회복을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한은이 상반기 중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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