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부터 언론은 하마평 보도에 열을 올리고 있다. 경제부총리 신설로 '경제통'보다는 '정무형·통합형'쪽으로 인선 기조가 바뀌었다는 보도도 나온다.
박근혜 당선인이 약속한 '책임총리'는 막강한 실세 '경제부총리'에 밀리는 게 아니냐는 분위기도 읽혀진다. 실제 새누리당과 인수위 일각에서는 "총리에게 모든 것을 맡기면 대통령이 할 일이 없어진다"며 슬슬 '책임총리제' 무용론에 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2인자를 둔 적이 없는 박 당선인의 인사 스타일도 '책임총리'와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역대 정부의 '첫 총리'가 대개 그렇듯, 야당이 반대하지 않을 '무난한' '얼굴마담'격 인사가 뽑힐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역대 총리 가운데 그나마 '책임총리'로 말할 수 있는 총리는 참여정부 '실세 총리'로 불렸던 이해찬 전 총리 정도다.
참여정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는 "이해찬 전 총리가 큰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던 데는 대통령 의중을 잘 읽을 수 있을 정도의 오랜 관계나 행정능력도 중요한 역할을 했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대통령과의 주례회동 등 통상적으로 운영되는 채널 이외에 청와대 참모들과 당 3역, 주요 장관들이 참여하는 총리공관 '8인 회의' 등 다양한 채널이 있었다"고 말했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극복하고 권한을 내려놓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대통령의 정책적 의지를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총리에게 대통령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전달하고, 총리의 불편한 직언도 스스럼없이 받아들이는 '소통'의 리더십도 필요하다.
세종은 자신의 세자 간택을 끝까지 반대하다 귀양까지 갔던 황희를 삼고초려로 영입해 영의정을 맡겼으며 쿠데타를 일으켜 자신을 몰아내려고까지 했던 조말생을 오히려 가까이에 등용했다.
세종은 신하들과 끊임없는 대화와 토론으로 정책을 결정하고 실행했으며, 위임 소통으로 수많은 2인자를 발굴하고 길러 눈부신 과학기술 발전을 일구는 등 여러 분야에서 업적을 남길 수 있었다.
박 당선인의 첫 총리 지명은 성공한 대통령으로 가는 첫 단추라는 점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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