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박근혜 포퓰리즘 공약 논란 확산…출구전략 1순위는

아주경제 송정훈 기자=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공약을 둘러싸고 여권에서 수정보완론이 확산되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긴급 진화에 나섰다. 김용준 인수위원장이 17일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공약을 예정대로 이행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그럼에도 수백조원이 드는 재원조달 문제 등을 이유로 새누리당 일각에서 수정론을 요구하고 있어 출구전략의 범위와 강도를 놓고 여권 내 갈등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김용준 인수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성을 다해 만든 대선 공약에 대해 지키지 마라, 또는 폐기하라든지, 공약을 모두 지키면 나라 형편이 어지러워진다고 주장한다"며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리고 못박았다. 이는 정부 업무보고조차 마치지 않은 상황에서 공약 이행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는 박 당선인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대선 기간 국민들께 내놓은 공약들은 실현 가능성과 재원 마련 가능성 등에 대해 관계자들과 충분히 논의하면서 진정성을 갖고 하나하나 정성껏 마련한 것임을 다시 한 번 분명히 말씀 드린다"며 공약 이행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이같이 인수위가 공약 속도조절론 진화에 나선 것은 여당에서조차 출구전략이나 일부 공약 폐기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오는 상황에 따른 것이다. 박 당선인 입장에선 새 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에 인수위와 당이 공약문제를 놓고 엇박자를 내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당의 공약 수정 요구는 거세다. 한 친박(친박근혜)계 의원은 "올해 경기가 어려운데 복지비중만 늘리는 것은 부담"이라며 "복지는 한 번 풀리면 다시 줄이기 어렵기 때문에 수정이 필요하고, 안 되면 공약 시행 시기를 늦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당내 비주류 측에서는 대놓고 공약 폐기를 주문하고 있다.

정몽준 의원은 전날 "인수위는 공약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우선순위를 정해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심재철 최고위원도 기초노령연금, 군복무 단축, 4대 중증질환 보장 공약 등의 수정 내지 폐기를 요구해왔다.

이에 여권 안팎에서는 막대한 재원이 드는 복지공약이 일부 조정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당장 수정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박 당선인의 공약은 4대 중증질환(암·심장·뇌혈관·희귀난치성 질환) 100% 건강보험 보장이다. 4대 중증질환만 보장할 경우 다른 질환자들이 형평성 시비를 제기할 수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65세 이상 전체 노인에게 20만원씩 지급하는 기초연금 공약도 골칫거리다. 도입 첫해인 2014년에는 14조원의 재정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되지만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2017년에는 17조원이 소요될 전망이다. 도입하더라도 시행 시기를 늦추자는 의견이 여당에서 줄곧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