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처에서 일하는 박모씨(남)는 요새 얼굴에 웃음기가 가득하다. 최근 주변 지인들을 통해 청사내 여직원을 소개받아 오는 5월에 결혼에 골인하게 됐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연고도 없는 세종시 환경에 적응하기도 힘들고 37살인 나이에 싱글인 점이 박씨의 마음을 힘들게 만들었지만, 이제는 누구보다도 세종시에 대한 애착이 생겼다.
주요공기업들의 지역 이전을 앞두고 CC(사내커플) 등 신(新)풍속도가 늘어나고 있다.
2014년말까지 전남 나주로 이전해야 하는 K공기업은 최근 사내커플들의 깜짝 결혼 발표가 이어졌다. 올해 한 쌍의 커플이 3월에 결혼을 한다는 것. 직원들은 지난해 2쌍의 커플에 이어 사내커플의 연이은 결혼 소식에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공기업 관계자들은 “지방이전 시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결혼적령기인 처녀·총각들이 사내 쪽으로 곳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 사내커플을 통해 결혼에 성공한 이들은 “미혼인채로 지방을 내려가게 되면 배우자를 못 만날 것 같다”는 불안감이 가장 컸다고 입을 모았다. 즉 공기업 특유의 폐쇄적인 분위기속에 금기시되던 동료들과의 결혼이 이제는 유행이 되버린 셈이다.
여기에 세종시로 이동한 정부 부처도 최근 사내커플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도 전례없이 올들어 사내커플이 2쌍 등장했고, 지식경제부의 경우 2010년 1~2쌍에 불과하던 사내커플이 지난해만 5쌍으로 늘었다. 기획재정부 사내커플도 최근 7쌍으로 부쩍 느는 등 세종시 부처 이전계획에 맞물려서 사내커플이 급증하고 있다.
올 초 사내직원과 결혼에 골인한 농식품부 관계자의 경우 “세종시에 전셋집을 얻기 위해선 최소 1년전부터 계약을 맺어야 한다”며 이때문에서라도 결혼을 서둘렀다고 밝혔다. 그는 “무엇보다 배우자가 가까이 있어 혼수와 결혼준비를 하는데 훨씬 수월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더불어 ‘세종시 커플 소개팅’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세종시로 내려간 싱글족끼리 좋은 만남을 통해 인연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취지다. 각 부처별 상관없이 지인을 통해서 만남을 주선받거나, 신입공무원의 경우 1년간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교육기간 중 만남을 이어갈 수 있다.
이밖에 세종 통근버스내에서도 커플 분위기가 물씬나는 장면이 많이 목격되고 있다고 부처 관계자들은 전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각부처의 본격적인 지방 이전으로 인해 앞으로도 사내커플은 지속적으로 늘어갈 추세”라며 “상호간 의지를 통해 낯선 지방생활에 적응을 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에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을 앞두고 이직을 고려하는 이들도 급격히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년동안 공기업에서 근무했던 이모씨(36)는 최근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내고 민간회사로 이직했다. 이씨는 “남편과 유치원생 아이들과 ‘생이별’을 감수하면서 이전하기에는 개인이 감당해야할 희생이 너무 크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공기관의 직원 백모씨(28)는 “힘들게 들어온 직장이지만 도저히 지방에서 근무할 자신이 없다”고 전했다.
이처럼 주말부부를 비롯해 젊은 직원들의 이직률이 부쩍 증가하고 있다. 한 공기업의 퇴직 인원 현황을 살펴보면 2009년까지 3~4명에 불과하던 퇴직자가 2010년부터 급증해 지난해말에는 15명으로 뛰었다. 올 초 들어서도 벌써 퇴직자가 2명이나 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