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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극복 DNA를 찾아라> 불황을 기회로 뛰어넘을 때 100년 기업 꽃 피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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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1-2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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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콜라와 GE, 도요타 등은 위기를 자양분 삼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불황의 시대다. 계사년 새해가 밝았지만 기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암울한 경제 상황 때문이다.

재화를 팔아 돈을 벌어야 하는 기업도, 기업으로부터 임금을 받아 생활하는 서민도, 서민들이 낸 세금으로 한 해 국가 살림을 꾸려나가야 하는 정부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불황은 우리 시대에만 불쑥 찾아온 불청객이 아니다. 위기는 어느 시대에나 존재했다. 위기를 극복해야 새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다.

국가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기업의 경우가 특히 그렇다. 일본 전자업체인 파나소닉의 창업자이자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불황은 기회”라는 점을 강조했다. 호황기 때는 잘 드러나지 않는 문제점들이 불황기가 되면 일거에 표출되기 때문에 불황기야말로 개혁을 위해서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시기’라는 것이다.

1950년대 100대 기업 중 지금까지 남아있는 기업은 7개에 불과하다. 오랜 세월 동안 빛을 발하고 있는 기업들은 예외없이 위기를 자양분 삼아 성장했다.

국내 최고 기업인 삼성전자는 지난해 브랜드 가치 기준 세계 9위에 오르며 사상 처음으로 10위권에 진입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도, 또 그 전 해에도 마치 원래부터 자리 자리였던 것처럼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기업이 있다. 코카콜라다.

코카콜라는 하루 평균 7억병 가량이 팔리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음료수가 됐지만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대공황이 한창이던 1931년 판매 부진에 시달리던 코카콜라는 위기 극복을 위한 브랜드 이미지 혁신에 나선다. 설화 속의 인물이었던 세인트 니콜라스는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잡지인 ‘세터데이 이브닝 포스트’에 실린 삽화를 통해 흰색 털이 달린 빨간색 옷을 입고 흰 수염을 쓰다듬으며 환하게 웃는 넉넉한 풍채의 산타 할아버지로 재탄생한다.

북극곰과 함께 온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 보따리 속에서 꺼낸 것은 다름 아닌 코카콜라였다. 코카콜라가 어떤 불황에도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인 판매량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세계인들의 머릿속에 각인된 브랜드 이미지 덕분이다.

코카콜라와 함께 12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GE는 품질 혁신과 구조조정을 통해 위기를 극복한 대표적인 기업이다. 전설적인 경영자인 잭 웰치가 회장으로 취임할 무렵 GE는 문어발식 확장에 따른 경쟁력 저하로 추락하고 있었다.

잭 웰치 회장은 무자비하다는 평가까지 받을 정도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6시그마’로 대표되는 조직 및 품질 혁신을 통해 GE를 세계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은 기업으로 변모시켰다. 1981년 매출액 280억 달러, 순이익 16억 달러에 불과했던 GE는 잭 웰치가 퇴임하기 직전인 2000년 매출액 1300억 달러, 순이익 127억 달러로 성장했다. GE는 지난해 브랜드 가치 기준 6위를 기록하는 등 여전히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군림하고 있다.

아시아에도 위기 극복의 화신이라 불리는 기업이 있다. 세계 최대의 자동차 제조업체 중 하나인 도요타다. 도요타는 지난해 브랜드 가치 순위에서 처음으로 삼성전자에 뒤지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여전히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주인공으로 대접받고 있다.

제1차 오일쇼크가 터진 1973년 세계 경제는 패닉 상태에 빠졌지만 도요타는 남들이 모두 위기라고 느끼던 순간 발상의 전환을 통해 살아남았다. 오일쇼크로 연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점을 주목하고 연비가 좋은 소형차 ‘코롤라’를 출시해 히트를 친 것이다. 코롤라는 1974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가 됐다. 제조 과정에서 낭비를 최대한 줄이는 도요타 생산방식(TPS)은 세계 모든 기업들이 벤치마킹하고 있다.

위기 극복의 노하우를 가진 기업들이 해외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국내 기업들도 한국전쟁과 1970년대 오일쇼크, 1998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숱한 어려움을 헤쳐온 위기 극복 DNA를 갖고 있다.

신동엽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글로벌 초우량 기업들이 침몰하는 것은 20세기와는 전혀 다른 패러다임에 적응하지 못한 것”이라며 “모든 기업이 상시적 생존위기에 처해 있으며 근본적인 변화를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21세기 기업환경은 무경계성과 격변성, 불확실성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며 “이런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혁신, 민첩성, 창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기업은 20세기 모델 수행은 최고로 잘 하지만 패러다임이 전환된 만큼 1초도 쉬지 말고 변화해야 한다”며 “기존 강자가 무너지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 변명없이 즉각 시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불황을 타개할 유일한 비책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별로 또 상황별로 다른 처방이 필요하다. 반세기 넘게 위기 극복 DNA를 축적해 왔던 국내 기업들이 변화와 혁신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서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는 것은 꽤나 흥미로운 일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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