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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 스승 없는 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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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1-27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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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양종곤 기자= 스승 없는 제자는 있을 수 없겠지만 증권업계는 예외인 것 같다. 젊은 애널리스트를 보면 더 그렇다. 애널리스트는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투자 유망 기업을 찾아내 투자자에게 조언하는 일을 맡는다. 그러나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얼마 전 언론 인터뷰에서 젊은 애널리스트를 싸잡아 자질이 부족하다며 질타했다. 이 센터장은 왜 젊은 애널리스트를 꾸짖었을까.

중견 애널리스트 서너 명을 만난 자리에서 '첫 스승이 누구인지' 물은 적이 있다.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에서 일하는 S팀장은 같은 회사 정의석 상무를 꼽았다. 정 상무는 1992년 일명 '멍멍이 시리즈'라는 보고서를 내놨었다. 이 보고서에서 그는 부실 상장사 25곳의 실명을 직접 거론했다. 파장이 클 수밖에 없었다. 지금처럼 애널리스트가 관련 기업에 나쁜 영향을 줄까봐 눈치만 보는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옛 대우경제연구소 심근선 전 전무도 스승으로 꼽힌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센터장은 심 전 전무에 대해 "내가 썼던 원고를 번번이 창 밖으로 던지면서 처음부터 다시 쓰라고 질타했다"며 "혹독하게 배운 덕에 지금껏 이 일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요즘 애널리스트가 자주 비판받는 것은 스승이 없다는 데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젊은 애널리스트 가운데 상당수는 법인고객이나 투자자 입맛에만 맞춘 보고서로 몸값을 높이는 데에만 집중한다고 한다. 증권업계도 10~20년 전에 비하면 많이 변했을 것이며 애널리스트 역시 예외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시장에서 모두가 인정하는 애널리스트에게는 여전히 스승이 있다. 이들은 돈만을 쫓지 않았을 뿐 아니라 객관적인 위치를 지킬 줄 아는 진짜 투자 조언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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