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문제가 국내 제조산업의 영역을 넘어선 지는 이미 오래다. 서비스, 환경, 노동, 경쟁, 위생, 지적재산권 등 통상이슈는 이제 대부분의 국내 정책영역을 포괄하기에 이르렀다. 전 국민적 관심을 끌었던 한·미 FTA 비준 과정에서도 나타난 바와 같이 통상협정의 교섭과 체결은 이제 범정부적 조율과, 나아가 입법부, 사법부와의 지속적인 논의도 아울러 요구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 우리 통상 현안으로 대두된 사안만 하더라도 국내 제조산업과 직접 연관된 사안은 드문 것이 현실이다. 쇠고기 수입개방, 투자자국가분쟁(ISD) 분쟁해결절차, 기업형 슈퍼마켓(SSM) 규제 등은 모두 제조산업 이외의 영역에서 우리 정부의 규제 정책과 관련되어 있으며, 앞으로도 이러한 부분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중 FTA 협상은 어떠한가? 이 협상에서의 핵심쟁점도 우리 농산물 시장과 중국 서비스 시장 개방의 방법과 정도이다. 이러한 통상문제의 다극화 현상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목도되는 현상이다. 바로 며칠 전 진행된 다보스 포럼에서도 환율이 국제교역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가 주요 논의사항이었다.
국제통상 환경이 이와 같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통상업무를 산업정책의 맥락에서만 살펴보도록 제도화하고자 한다면 왜 그러한 접근방법이 우리 실정에 더 적합한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다양한 방안의 장·단점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간 우리나라는 빠른 속도와 공격적인 교섭으로 FTA 등 통상협정을 체결하여 왔다. 때로는 이슈별로 국내적 논란이 전개된 경우도 없지 않았으나 외형상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통상업무 담당부처의 갑작스러운 조정은 이러한 기존의 협상전략과 기본틀에 대한 수정을 동반할 공산이 크다. 그러한 수정을 조금이라도 염두에 두고 있다면 더더욱 면밀한 검토와 공감대 형성이 필요할 것이다.
이와 같이 통상업무 조정문제는 단지 두 부처 간 단순한 업무조정의 문제라기보다는 향후 우리나라의 통상정책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 것인지에 대한 새로운 방향설정의 의미도 아울러 내포하고 있다. 인수위의 짧은 발표로 그 속내를 알 수는 없으나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이 선행되었는지는 불투명하다.
우리 정부의 통상업무 수행에 조정이 필요하다면 그러한 조정이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에 비추어 우리의 통상이익 수호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확신이 전제되는 경우에만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제시되는 안은 1998년 이래 15년간의 기본골격을 해체하는 일종의 충격요법이기 때문이다. 단지 현 체제에 대한 몇몇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를 토대로 향후 5년간 새로운 실험기간을 모색하는 방식은 지양되어야 한다. 통상정책의 기본골격과 방향은 일단 새로운 틀이 갖추어지면 이를 다시 돌이키는 데에는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 각국이 사활을 걸고 임하고 있는 국제통상에서의 경쟁은 우리가 다양한 실험을 하기에는 너무나 급박하고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치열한 경쟁 속에서 혹시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하는 것은 아닌지 중지를 모을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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