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애의 국내대회 어프로치샷. 호주여자오픈 4라운드 14번홀에서는 광고판이 사진속 신지애의 오른 다리 근처까지 세워져 있었다. |
아주경제 김경수 기자=
◆광고판 바로 옆에서 샷을?
‘어! 왜 광고판 바로 옆에서 샷을 하지요? 구제받을 수 없나요?’
17일 호주 로열캔버라GC에서 열린 미국LPGA투어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 4라운드에서 신지애(미래에셋)와 뉴질랜드 교포 아마추어 고보경이 챔피언조로 플레이했다. 둘은 13번홀까지 16언더파로 공동 선두였다.
승부의 추는 14번홀(파4)에서 기울었다. 고보경은 볼을 벙커에 보낸 후 세 번째 샷을 그린에 올렸다. 볼∼홀의 거리는 6m. 신지애의 어프로치샷은 그린 왼편으로 치우쳐 그 역시 그린미스를 했다. 볼에서 홀까지는 약 14m. 신지애의 볼 근처에 주최측 광고판이 버티고 있었다. 자칫 잘못하면 클럽이나 볼이 광고판에 걸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경우 구제받아 광고판을 피한 곳에서 샷을 할 수 있다.
신지애는 그러나 볼이 놓은 그 상태에서 샷을 강행했다. 그가 잡은 클럽은 60도 웨지였다. 볼은 붕 떠서 프린지에 떨어진 후 홀로 빨려들어갔다. 버디였다. 고보경은 2퍼트로 홀아웃, 보기를 했다. 두 선수의 간격은 다시 2타로 벌어지면서 신지애는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신지애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내 골프 인생에서 최고의 샷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신지애가 구제받지 않고 광고판 뒤에서 샷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라이가 아주 좋았어요. 구제받고 드롭할 경우 볼이 러프에 박힐 수 있기 때문에 그냥 친거지요. 위험도 있었습니다. 빠져나갈 공간이 30∼40㎝밖에 안됐어요. 조금 크게 스윙하면 클럽이, 조금 빗나가면 볼이 광고판에 부딪칠 수도 있었지요. 볼에서 홀까지는 스트레이트 라인이었으므로 임팩트 후까지 머리를 들지 않고 똑바로 치는데 집중했습니다. 볼은 제가 의도한 궤도로, 원한 곳에 떨어져 홀로 들어갔습니다. 그 전 홀까지 경기가 잘 안풀렸는데 그 버디를 잡고나서야 마음놓고 플레이할 수 있었습니다.”
요컨대 볼의 라이가 좋았기 때문에 광고판을 옆에 두고 샷을 했다는 얘기다. 선수들은 구제받을 상황이 왔을 때 앞뒤 가리지 않고 드롭하지 않는다. 라이가 좋으면 장애물이 있어도 샷을 강행한다.
한편 신지애는 김영과 함께 2007년 여자월드컵에 출전해 광고판때문에 페널티를 받은 적이 있다. 볼이 광고판 옆에 멈췄다. 신지애가 손쓸 틈도 없이 진행요원이 광고판을 치워버려 벌타가 부과됐다.
◆파5홀에서는 버디 잡아야
호주여자오픈 1∼3위 신지애 청야니 고보경의 합계 스코어는 각각 18언더파, 16언더파, 14언더파다. 그 가운데 파5홀에서 솎아낸 것은 얼마나 될까.
로열캔버라GC의 파5홀은 다섯 개다. 더욱 3개는 첫 6개홀에 몰려있고, 2개는 마지막 4개홀에 끼였다. 선수들이 파5홀에서 초반에 기선을 잡을 수 있고 막바지에 역전할 수 있게끔 셋업된 것이다.
챔피언 신지애는 나흘간 맞이한 20차례의 파5홀에서 13언더파(이글 1개, 버디 11개)를 기록했다. 보기는 단 하나도 없다.
2위 청야니는 이글 1개, 버디 9개, 보기 1개로 10언더파를 솎았다. 마지막날 1번홀(파5)에서 보기로 출발하고, 18번홀(파5)에서 파로 홀아웃한 것이 아쉬웠다. 청야니는 2타가 뒤져 연장전에 들어가지 못했다. 고보경은 파5홀에서 이글 1개와 버디 8개, 더블보기 1개를 기록하며 8타를 줄였다. 보기는 없었으나 더블보기를 한 것이 흠이다.
첫날 파5홀에서 모두 버디를 잡고 3위에 자리잡은 신지애는 “선두와 2타차이나 파5홀에서 다 버디를 기록했다는 것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파5홀은 프로들에게 컨디션을 가늠할 수 있는 ‘리트머스 홀’이자 스코어를 줄일 수 있는 기회의 홀임이 다시 입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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