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한은은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향후 정책방향에 대해 "앞으로도 국내외 위험요인 및 금융·경제상황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물가안정 목표 내에서 유지되도록 하는 가운데 우리 경제의 성장세 회복을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두고 통화신용정책을 운영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한은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의 안정을 위해서도 계속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는 지난해 말 발표했던 '2013년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에서 내놓았던 문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당시 문구는 '물가안정기조를 확고히 유지하는 가운데 국내외 위험요인 및 금융·경제상황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우리 경제의 성장세 회복을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두고 운영한다'고 돼 있었다.
따라서 한은의 통화정책 기조는 큰 틀에서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번 보고서에서 대외여건을 살핀다는 부분이 앞으로 옮겨간 것은 한은이 앞으로 상황변화를 좀 더 주시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최근 한은을 둘러싸고 정부와 여당에서 금리를 인하하라고 전방위적으로 압박을 가하고 있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이 지난 3일 기자들과 만나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려주면 좋겠다"고 말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청와대는 추경으로 국채를 발행하면 금리가 올라간다는 상황을 설명하다 나온 원론적 발언이라고 해명했다.
한은의 통화정책 운영방향이 성장세 회복에 방점을 찍으면서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대한 기대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오는 11일 발표되는 경제전망 수정치와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결정을 두고 시장의 관심은 이미 높아질대로 높아져 있다.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의 효과를 분석한 자료를 이날 첨부한 것도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한은은 '기준금리 인하의 금융시장에 대한 파급효과'라는 자료를 통해 지난해 두 차례에 걸친 기준금리 인하가 지난해 평균 0.03%포인트 경제성장을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했다. 올해는 0.19%포인트 기여할 것으로 추정했다. 한은은 지난해 7월과 10월에 걸쳐 기준금리를 총 0.50%포인트 낮췄으며, 현재 연 2.75%의 수준을 다섯 달째 유지해오고 있다.
김종화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기자설명회를 통해 "기본적으로 한은에 주어진 목표는 물가안정"이라며 "다만 성장이나 고용 등도 함께 고려하겠다는 것으로, 통화정책은 경제상황과 금융시장 동향 등을 모두 감안해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한은은 "통화신용정책의 유효성을 제고하고 정책수단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하기 위한 노력도 한층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우선 현행 금리 중심 통화정책 운영체계의 유효성을 점검하고 장·단기 금융시장간 금리 파급경로의 원활한 작동방안을 강구한다는 계획이다.
또 총액한도대출 개선 등을 통해 고용 및 성장 기여도가 높은 부문과 취약부문 등에 대한 은행의 자금공급 또한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유도해나간다는 방침이다. 한은은 지난해 10월 총액한도대출 금리를 연 1.50%에서 1.25%로 인하하고, 한도액을 1조5000억원 증액해 영세자영업자 지원에 나선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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