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표한 2014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을 보면 '국민행복, 희망의 새시대'라는 새 정부 비전과 4대 국정기조 달성을 위한 향후 재정운용 방향을 제시했다.
이번 예산안 편성 지침은 새 정부의 첫 예산안 편성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새 정부가 추진할 정책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었다. 뚜껑을 열어본 결과 예상대로 공약 재원 마련에 상당한 공을 들인 흔적이 엿보인다.
올해 정부 정책도 내년 예산부터 시너지를 내겠다는 정부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가운데 정부의 재원 조달을 위한 세출구조조정은 향후 박근혜정부의 예산 편성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될 전망이다.
방문규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은 "강력한 세출구조조정 추진을 위해 분야별 투자방향만 제시했던 예년 지침과 달리 올해는 분야별로 지출 효율화 방향도 제시하고 있다"며 "이미 세출구조조정 아이템을 담아서 부처에 통보했다. 단순한 구조조정이 아니라 실천 여부를 부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지출 효율화 방향도 세출구조조정 비중을 높였다. 기존 사업은 시급성 등을 고려해 이번 예산안 편성부터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된다.
또 세출구조조정은 지속적으로 안정적인 투자재원이 마련될 수 있도록 항구적 제도개선 방안을 강구하는 데 중점을 뒀다. 이에 따라 의무지출도 사회보험 등 과다지출 요인을 근본적으로 재점검하고 부정적 수급을 최소화하는 등 제도개선이 추진될 계획이다.
부처별 대규모 사업계획도 엄격한 규정과 복잡한 절차를 거쳐 추진할 방침이다. 연간 500억원 이상, 총지출 2000억원 이상 재정이 소요되는 중장기 계획은 재정관리협의회, 경제관계장관회의 등에 반드시 상정토록 재정규율을 손봤다.
이와 함께 공공기관 등에 대한 자본금 지원은 경영개선 및 자구노력 선행을 전제로 정부 지원 여부와 방식을 결정하고, 사업 효율성이 낮거나 검증되지 않은 사업 예산 편성은 요구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러나 새 정부에서 강조하는 '협업' 체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부처간 혼선만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실무자들은 내년 예산 편성 지침에서 가장 부담스러운 부분을 협업으로 꼽는다. 사실상 모든 사업을 실무자 전담반(TF)을 구성해 추진하라는 상부 지시로 벌써부터 불만이 가득하다.
그동안 만연한 부처간 예산 따오기를 하루 아침에 바꿀 수 없다는 분위기가 높다. 협업을 하게 되면 고스란히 성과를 넘겨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생태하천 조성의 경우 기존 사업에서는 환경부가 하천을 조성하는 데 필요한 예산을 신청하고 생태하천에 투입되는 자전거도로는 국토부가 예산을 집행했는데, 내년부터는 생태하천을 조성하려면 국토부 직원이 주무부처인 환경부 직원과 협의해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
방 예산실장은 "앞으로는 협업 TF를 만들어 주 부처가 전적으로 관리해 개발계획을 세우는 방식을 추진할 것"이라며 "예산은 기본적으로 무 자르듯 되는 게 아니다. 겹친다. 이런 부분을 그냥 놔두면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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