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수장들이 직원들과 ‘벽 허물기’에 전력하고 있다. 왼쪽은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서울 이태원의 한 이탈리아 식당에서 직원들과 오찬에 앞서 건배를 하고 있는 모습. 오른쪽은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이 서울 용산 CGV에서 계열사 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
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금융지주 수장들이 직원들과 ‘벽 허물기’에 전력하고 있다. 생일을 맞은 직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축하인사를 전하는가 하면, 직원들에게 밥을 사주는 등 ‘수평적’ 정을 나누고 있다.
평소 각 그룹사들 중심으로 자율적인 경영을 전개할 수 있도록 직접 나서는 일은 자제했던 수장들이지만, 수익 악화로 침체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현장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아 주고자 나선 것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오는 9월까지 총 5번에 걸쳐 직원들과 ‘릴레이 오찬’을 진행할 계획이다.
직장 및 인생의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조언하고, 취임 후 줄곧 추진해 온 ‘따뜻한 금융’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도 듣기 위해서다. 직원들과 자유로운 대화를 위해 한 회장은 임원 및 본부부서 직원 등 누구도 들어오지 말라고 직접 주문했다.
반응은 폭발적이다. 지난 22일 진행된 1회차 오찬(워킹맘·기혼자 대상)에 총 610명의 직원이 응모해 이중 35명이 선정됐다. 이들은 17대 1의 경쟁률을 뚫은 셈이다.
뽑히기 위해 내놓은 사연도 가지가지다. ‘회장님과 점심 먹는 아빠의 사진을 보여줘야 한다’, ‘회장님은 제 인생의 롤 모델이다’ 등 협박과 읍소, 그리고 아부를 넘나들었다.
다음달 진행되는 2차 오찬은 신입 및 미혼직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이 자리에서 한 회장은 직장 초년생들에게 결혼과 직장 생활의 노하우 등을 들려줄 계획이다.
직원들의 경조사를 챙기는 회장도 있다. 지난달 9일 취임한 홍기택 산은지주 회장은 생일을 맞았거나 결혼하는 직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축하인사를 전한다. 가족 상을 당한 직원에게는 위로 메일을 보낸다. 이같이 소탈하고 격의 없는 ‘회장님’을 직원들은 반기는 분위기다.
한 30대 행원은 “회장이 저렇게 편하게 직원들을 대하면 조직 분위기 전체가 부드러워져 근무 환경이 좋아지지 않겠냐”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어윤대 KB금융그룹 회장은 최근 직원들과 ‘문화데이트’를 했다. 그간 회의실에서 진행됐던 ‘CEO와의 대화’ 에서 탈피해 함께 영화관람을 하는 등 소통의 접점을 넓혔다는 후문이다.
이날까지 통산 8번 진행된 행사는 지난 2011년 직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시작됐다. 지금까지 직원들의 아이디어 80여건이 경영 전반에 반영됐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CEO들이 전보다 마음을 열고 직원들과 만나는 일이 잦아졌다”며 “어려운 시기인만큼 외형 성장보다는 내부 다지기가 더 중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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