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양적완화로 풀었던 돈을 거둬들이며 출구전략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최대 악재로 작용했다. 반면 증권가는 엔저 해소에 따른 수출 경쟁력 회복, 미국 뱅가드펀드를 중심으로 쏟아졌던 외국인 매물 소진에 힘입어 지수가 재반등할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월 말 두 달 만에 2000선을 회복하며 2001.05까지 올랐다가 7일에는 4% 가까이 하락한 1923.84까지 후퇴했다. 앞서 5월 10일 기록했던 전저점 1935.57보다도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미국 출구전략이 가시화되면서 외국인을 중심으로 투자심리가 빠르게 위축됐다.
미 블룸버그를 비롯한 외신을 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오는 10월 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양적완화 규모를 현행 850억 달러에서 200억 달러로 줄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경기부양을 위해 막대한 돈을 풀었던 미 정부가 유동성 공급을 중단한다는 얘기다.
이런 우려가 커지면서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연일 매물을 쏟아냈다. 앞서 3~7일 한 주 동안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8000억원에 육박하는 주식을 팔아치웠다. 연기금이 2000억원 가까이 순매수하며 방어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조성준 NH농협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출구전략 우려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데다 이달 중순부터 나올 미 고용지표를 확인한 뒤 가자는 관망심리도 지수에 악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이경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도 "미 출구전략 논쟁, 일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가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증권가는 대체로 재반등 가능성에 무게를 두면서 엔화 강세에 힘입은 수출주가 이를 주도할 것으로 점친다.
앞서 7일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96.39엔을 기록했다. 엔·달러 환율이 96엔대를 기록한 것은 2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전월 고점에 비해서도 7% 가까이 내린 수치다.
조 팀장은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면서 일본 증시는 추가 하락이 불가피한 반면 국내 대형주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아베노믹스'가 신뢰를 잃으면서 한국 증시를 향한 외국인 관심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명찬 키움증권 연구원도 "뱅가드발 매물이 84% 가량 소화돼 국내 증시에 큰 부담을 주지 않을 전망"이라며 "하반기부터는 수급 부담 완화와 거시지표 기선으로 수출주를 비롯한 대형주 상승이 기대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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