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에 따르면 영국의 감청기관 ‘정보통신본부’(GCHQ)는 2009년 런던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과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각국 대표단의 인터넷 및 전화 통신 내용을 가로채는 첩보수단을 활용했다. 뿐만 아니라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터키 등 영국의 오랜 동맹국에도 도청을 벌였다고 덧붙였다. 이번 도청이 자국 외교관계에 관계없이 이뤄졌다는 점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GCHQ는 2009년 회의 당시 각국 대표단이 주고받은 이메일 본문을 몰래 가로채 분석하고 직접 행사장에 인터넷 카페를 차리고 대표단이 이용하도록 유도했다. 이 카페에서 GCHQ는 대표단의 로그인 키(Key) 정보를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접속 ID와 암호 등을 수집했다는 얘기다.
또한 GCHQ는 참여국 인사들의 블랙베리 스마트폰을 해킹해 이메일 내용과 전화통화를 도청하고 전문 분석가 45명을 동원해 대표단의 전화통화 실태를 24시간 감시했다고 가디언은 설명했다. 각국 대표단이 구체적으로 누구와 전화를 하는지를 실시간 그래픽 화면으로 구성해 주시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보는 G20 영국 대표단에 전달돼 영국이 협상 우위를 점하는 데 활용됐다.
GCHQ는 특정 범죄에 연루됐다는 개연성이 없지만 2009년 9월 G20 재무장관 회의에 참석한 터키 재무장관과 관료를 잠재적 표적으로 정해 감청을 벌였다고 해명했다. 도청 목표는 4월 G20 정상회담에서 맺은 합의에 대해 터키의 견해를 확인하고 다른 G20 회원국과 협력하는 의향을 파악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테러나 군사 분쟁에 대한 사안이 아니라 국제협상에서 국익 증진이란 목표를 위한 것이란 것이다. 17일부터 북아일랜드에서 G8 정상회의를 열기 때문에 이번 도청사건은 영국을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교적 긴장을 가지고 있는 국가들의 대화가 자칫 끊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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