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리뷰] ‘감시자들’ 알던 배우가 주는 신선함의 묘미

  • 설경구-정우성-한효주-이준호-진경 등 배우들의 호연 빛나

영화 <감시자들> 시사회 현장의 설경구(좌)와 정우성. 사진=남궁진웅 기자.
아주경제 홍종선 기자= 19일 영화 <감시자들>이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됐다. 대상 범인에 대한 감시와 체포를 전문으로 하는 특수감시반 경찰들의 이야기라는 신선한 소재가 눈길을 끄는 가운데 설경구, 정우성, 한효주의 호연이 2시간 동안 보는 이의 마음을 붙들었다.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을 다시금 확인할 때의 감동처럼, 감시반 황 반장을 맡은 설경구는 그가 <오아시스> <박하사탕> <용서는 없다>의 명배우였음을 상기시킨다. 감시반 신참 하윤주를 연기한 한효주는 멜로라인과 여성스러움을 쏙 뺀 보이시한 표정과 목소리 톤으로 눈으로 본 모든 것을 기억해 내는 재능을 지닌 여형사를 ‘똑’ 소리 나게 연기했다.

하이라이트는 정우성이다. 악역 조커를 히스 레저가 연기하자 다른 어떤 배트맨 시리즈보다 선과 악의 팽팽한 대결을 통한 영화적 긴장감이 극대화됐던 <다크 나이트>처럼 한 치의 오차, 1초의 어긋남도 용서하지 않는 범죄조직의 리더 제임스를 정우성이 맡자 ‘누가 이길 것인가’에 대한 섣부른 판단을 불식시킨다. ‘착한 편, 경찰이 이기겠지’라는 짐작이 영화 초반부터 든다면 얼마나 맥 빠지는 일인가.

정우성이 상대해야 했던 적진에 앞서 호평한 설경구, 한효주 그리고 아이돌그룹 2PM의 멤버임을 잊게 하는 신인배우 이준호가 포진해 있음을 생각한다면 제임스의 존재감은 한층 커진다. 어쩌면 당신은 어느 순간, 냉철하면서도 그 엄격함만큼의 인간미를 숨긴 제임스, 홀로 감시와 수사의 천재들을 상대하는 외로운 사내를 응원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다.

더불어 연기력은 갖췄으되 유명세가 떨어지는 배우가 악역을 맡았을 경우에 비해 영화의 스케일마저 더 크게 느껴지는 ‘착시 효과’를 정우성이 부른다. 제작사 영화사집은 정우성이라는 스타배우를 악역에 기용함으로써 제작비 45억 원의 <감시자들>을 그 이상 규모의 영화로 보이게 하는 효과를 거둔 셈이다. 게다가 그는 액션도 되고 감정연기도 되는 몇 안 되는 톱 배우 중 하나가 아닌가.

영화 <감시자들> 시사회에 참석한 배우 설경구 이준호, 감독 조의석 김병서, 배우 한효주 정우성. 사진=남궁진웅 기자
각설하고 <감시자들>의 가장 큰 미덕은 작은 단역까지도 눈에 거슬리는 연기를 하는 배우가 없다는 것이다. 이미 많이 봐 온 얼굴이라고 생각했던 설경구와 한효주, 아이돌 가수 이준호에게서 새로이 멋진 배우를 발견했을 때 느끼는 반가움이 밀려오고, 스토리의 중심에 서지 않은 악역을 기꺼이 선택한 정우성이 더욱 배우다워 보이는 것만 해도 즐거운데 감시반 실장 진경을 비롯해 이루 다 열거하지 못하는 많은 배우들이 제몫을 착착해 주니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그렇다고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치밀함 속의 허술함은 눈에 잘 띄는 법. 몇몇 시퀀스 연결에서 보이는 엉성함은 배우들의 호연을 갉아먹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하지만 이에 대해 주연 설경구는 강력하게 방어했다.

시사회 뒤 이어진, 맥주와 치킨을 사이에 두고 이뤄진 미디어데이 자리에서 설경구는 “우리 연기가 좋아 보였다면 그게 바로 연출력”이라고 말했다. “영화는 어디까지나 감독의 예술”이라고 강조하며 “우리가 했던 여러 테이크(take)의 연기 가운데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또 연기한 장면들을 어떤 호흡과 어떤 속도로 붙여 낼 것인가는 철저히 감독의 권한이다. 어떤 배우가 숨소리마저 각별하게 들리는 좋은 연기를 했다면 감독이 잘한 것”이라고 밝혔다. 거듭 “조의석, 김병서 두 감독이 현장에서 정말 잘했다. 연기 디렉팅도 잘했고, 우리가 편히 연기하고 즐겁게 합을 맞출 수 있도록 분위기를 잘 만들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배우들이 살아 움직이는, 행복해 하며 연기했음이 스크린에 묻어나는 <감시자들>은 오는 7월 4일 관객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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