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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시자들> 시사회 현장의 설경구(좌)와 정우성. 사진=남궁진웅 기자. |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을 다시금 확인할 때의 감동처럼, 감시반 황 반장을 맡은 설경구는 그가 <오아시스> <박하사탕> <용서는 없다>의 명배우였음을 상기시킨다. 감시반 신참 하윤주를 연기한 한효주는 멜로라인과 여성스러움을 쏙 뺀 보이시한 표정과 목소리 톤으로 눈으로 본 모든 것을 기억해 내는 재능을 지닌 여형사를 ‘똑’ 소리 나게 연기했다.
하이라이트는 정우성이다. 악역 조커를 히스 레저가 연기하자 다른 어떤 배트맨 시리즈보다 선과 악의 팽팽한 대결을 통한 영화적 긴장감이 극대화됐던 <다크 나이트>처럼 한 치의 오차, 1초의 어긋남도 용서하지 않는 범죄조직의 리더 제임스를 정우성이 맡자 ‘누가 이길 것인가’에 대한 섣부른 판단을 불식시킨다. ‘착한 편, 경찰이 이기겠지’라는 짐작이 영화 초반부터 든다면 얼마나 맥 빠지는 일인가.
정우성이 상대해야 했던 적진에 앞서 호평한 설경구, 한효주 그리고 아이돌그룹 2PM의 멤버임을 잊게 하는 신인배우 이준호가 포진해 있음을 생각한다면 제임스의 존재감은 한층 커진다. 어쩌면 당신은 어느 순간, 냉철하면서도 그 엄격함만큼의 인간미를 숨긴 제임스, 홀로 감시와 수사의 천재들을 상대하는 외로운 사내를 응원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다.
더불어 연기력은 갖췄으되 유명세가 떨어지는 배우가 악역을 맡았을 경우에 비해 영화의 스케일마저 더 크게 느껴지는 ‘착시 효과’를 정우성이 부른다. 제작사 영화사집은 정우성이라는 스타배우를 악역에 기용함으로써 제작비 45억 원의 <감시자들>을 그 이상 규모의 영화로 보이게 하는 효과를 거둔 셈이다. 게다가 그는 액션도 되고 감정연기도 되는 몇 안 되는 톱 배우 중 하나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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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시자들> 시사회에 참석한 배우 설경구 이준호, 감독 조의석 김병서, 배우 한효주 정우성. 사진=남궁진웅 기자 |
그렇다고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치밀함 속의 허술함은 눈에 잘 띄는 법. 몇몇 시퀀스 연결에서 보이는 엉성함은 배우들의 호연을 갉아먹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하지만 이에 대해 주연 설경구는 강력하게 방어했다.
시사회 뒤 이어진, 맥주와 치킨을 사이에 두고 이뤄진 미디어데이 자리에서 설경구는 “우리 연기가 좋아 보였다면 그게 바로 연출력”이라고 말했다. “영화는 어디까지나 감독의 예술”이라고 강조하며 “우리가 했던 여러 테이크(take)의 연기 가운데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또 연기한 장면들을 어떤 호흡과 어떤 속도로 붙여 낼 것인가는 철저히 감독의 권한이다. 어떤 배우가 숨소리마저 각별하게 들리는 좋은 연기를 했다면 감독이 잘한 것”이라고 밝혔다. 거듭 “조의석, 김병서 두 감독이 현장에서 정말 잘했다. 연기 디렉팅도 잘했고, 우리가 편히 연기하고 즐겁게 합을 맞출 수 있도록 분위기를 잘 만들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배우들이 살아 움직이는, 행복해 하며 연기했음이 스크린에 묻어나는 <감시자들>은 오는 7월 4일 관객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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