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원인을 놓고 조종사 과실 가능성에 무게를 둔 외신 보도가 잇따르고 있으나 우리 정부와 아시아나 측은 조종사 과실로 보기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사고 원인을 밝혀줄 블랙박스는 미국에서 해독 작업에 들어갔다.
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한국 조사단 6명이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해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와 합동조사에 착수했다.
조사단과 NTSB는 운항·엔진·기체·블랙박스·조종사 등 다양한 분야에 공동팀을 구성키로 합의했으며, 9일(한국시간)부터 분야별 심층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현재까지 조사 결과 항공기의 동체 꼬리가 방파제 턱과 충돌하면서 사고가 발생했다. 항공기는 착륙 당시 낮은 고도와 느린 속도로 활주로에 접근했으며 기장은 충돌 1.5초 전 재상승을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기 착륙 시 기장 역할은 이강국 조종사, 부기장은 이정민 조종사가 맡았다. 이강국 기장은 해당 기종인 B777기를 운행한 경험이 9차례, 43시간에 불과해 조종 미숙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최정호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총 9700시간을 비행한 이강국 기장은 A320 등 다른 기종 기장 자격이 있고, 이정민 조종사는 B777기종 비행이 3000시간이 넘는 베테랑"이라며 "블랙박스 해독과 관계 당사국 협의 절차 등을 거치면 조사는 통상 1년이 넘게 걸리기 때문에 조종사 실수나 기체결함 등으로 단정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설명했다.
사고기에 있던 블랙박스 비행자료 데이터 기록장치와 조종실 음성기록장치는 워싱턴 NTSB 본부로 옮겨져 해독 작업이 시작됐다. 블랙박스 해독 과정에 참여할 우리 측 조사단 2명은 9일 출국 예정이다.
탑승자는 중국인 141명, 한국인 77명 등 총 307명(승객 291명, 승무원 16명)으로 이 중 부상자는 133명이다. 한국인은 33명이 병원에 입원했다 30명이 퇴원해 현재 8명이 남아있다.
정부와 아시아나는 부상자가 입원한 14개 병원에 분산 배치돼 의료·귀국·송환·체류·식사 등 현장 지원활동을 펼치고 있다. 피해자 가족의 경우 총 32명이 현지 방문을 신청했다. 사고기 탑승 한국인 중 11명은 특별기를 타고 8일 오후 한국에 도착했다.
아시아나 측은 사망한 중국인 2명의 유가족 현지 방문을 위해 여권 및 미국 비자발급 등을 지원 중이다. 특히 이 중 1명이 사고발생 후 구급차에 치여 사망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현지에서 부검을 실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토부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국내 8개 항공사에 대해 특별안전대책을 시행할 계획이다.
장애물이 있거나 이·착륙 절차가 어려운 공항을 운항할 경우 항공사가 해당 승무원에 대해 특별교육을 실시토록 했다. 또 사고가 난 기종인 B777 기종을 보유한 대한항공(37대), 아시아나(11대)의 항공기 엔진 및 착륙장치를 일제 점검할 예정이다. 정부 항공안전감독관은 8일부터 다음달 25일까지 50일간 특별점검을 실시키로 했다.
최 실장은 "피해승객 지원, 사고원인 파악 및 대책마련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고원인이 밝혀지는 대로 종합적인 안전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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