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월 말 기준 공공기관은 공기업 30개, 준정부기관 87개, 기타공공기관 178개 등 모두 295개에 달한다. 이들 295개 공공기관의 올해 총 예산은 574조7000억원으로 정부 예산 349조원의 1.7배에 달한다.
고용은 지난해 말 기준 25만4000명으로 국가 행정공무원의 40%, 매출액은 지난해 말 기준 181조원으로 삼성전자 매출 141조원 대비 128.3% 수준이다.
이처럼 공공기관은 고용, 매출액 등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기능적 측면에서도 국민경제의 핵심적 역할을 수행 중이다.
에너지·사회간접자본(SOC) 등 공공서비스와 국민생활 안전 확보를 위한 안전 관련 공적 검사, 국가적으로 중요한 분야의 개발 및 진흥업무를 위탁받아 집행하는 일도 공공기관의 몫이다.
그러나 이처럼 많은 역할을 하고 그 비중이 높아지면서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많아졌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부채 증가, 방만경영 등에 대한 국민의 비판은 정부가 공공기관의 구조를 대대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움직임을 부추겼다.
◆공공기관 부실경영의 악순환 고리 끊는다
공공기관 부채(전년 대비)는 지난 2009년 46조8000억원에서 2010년 60조2000억원, 2011년 62조원, 2012년 34조4000억원 등 매년 그 규모가 크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또 과도한 성과급 등 매년 유사한 방만경영 사례가 반복되고, 급기야 한국수력원자력·원자력안전기술원 등 원전 납품비리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노출시켰다.
이에 따라 정부는 재무건전성 제고, 방만경영 방지 등을 위해 부채관리 강화 및 상시적인 기능점검체계 구축 필요성을 타진하게 된 것이다.
정부가 과감하게 공공기관 구조개혁에 칼을 빼든 것은 '공공기관의 관리 틀'을 근본적으로 혁신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공공기관 관리가 단기적·개별적으로 이뤄져 중장기적 접근과 제도적 접근이 부족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더구나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 기본정신이 공공기관 자율·책임경영체제 구축이지만 자율경영이 다소 미흡했다는 지적도 정부가 움직이게 된 계기로 받아들여진다.
실제로 그동안 공공기관은 투자 확대, 일자리 창출 등 정책수요 발생 시 자율적인 대응보다 주무부처 사업 및 목표 제시 등으로 사업을 수행하는 수동적 대응을 해왔다. 이렇다보니 공공기관의 경영자율은 자연스럽게 위축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또 기관장·임원 등에 대한 인사제도가 절차 중심으로 운영돼 임원의 전문성 저하 및 절차상의 비용이 증가했다. 공공기관 경영평가의 경우 그동안 제도개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공공기관 평가부담이 많고 평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정부의 부담이 가중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김철주 기획재정부 공공정책국장은 "공공기관 관리체계를 구조조정, 통제 위주에서 중장기적 시계의 성과 중심 효율적 관리체계로 전환하겠다"며 "이를 위해 공공기관 지정, 인사제도, 평가제도 등 공공기관 관리방식을 대폭 개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공공기관 순기능 정상화 가능할까
정부는 공공기관의 방만경영을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국민 신뢰도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부분도 향후 정부의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재부가 지난 4월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공공기관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은 향후 공공기관 정책방향으로 52.2%가 이들의 투명성 제고에 목소리를 높였다. 또 방만경영 방지를 위해서는 40.5%가 재무건전성 제고, 32.1%가 통폐합 등 구조조정에 손을 들었다. 이는 국민의 공공기관 신뢰도가 점차 하락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순기능 정상화에 초점을 맞췄다. 비전도 '국민의 신뢰를 받는 공공기관'으로 정했다. 정책목표의 효율적 달성을 위해 공공기관의 일하는 방식을 국민·현장·협업 중심으로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이석준 기획재정부 2차관은 "공공기관 경영에 대한 상시적 모니터링 및 기능점검 등을 통해 일회성이 아닌 언제나 개혁하는 상시 개혁체제를 구축할 것"이라며 "공공기관 부채관리를 대폭 강화하고 인사시스템을 개선해 신뢰받는 공공기관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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