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경제가 안정적인 회복기조에 접어들었다고 보기에는 이르다고 진단한다. 민간소비 등 내수가 여전히 부진한 데다 미국과 중국 등 대외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 한은 "'상저하고' 전망 유효"
전기 대비 1.1%라는 수치는 당초 한국은행의 예상에 부합하는 것이다. 한은은 지난 7월 수정 경제전망치를 내놓으며 2분기부터 성장률이 1%를 웃돌 것으로 봤다.
당시 한은은 "대외여건의 점진적 개선, 추가경정예산 편성 및 금리인하 효과 본격화 등으로 하반기에는 성장률이 1% 수준을 소폭 상회할 것"이라며 "전기 대비 경제성장률이 내년까지 매분기 1% 내외 수준을 나타내면서 경기회복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이 그린 올해 우리나라의 성장경로는 '상고하저(上高下低)'다. 지금과 같은 성장세가 지속된다면 이는 유효하다는 게 한은의 입장이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거시경제실장은 "3, 4분기 성장률이 0.9%만 되더라도 상저하고의 패턴을 보이는 것"이라며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등 최근의 리스크 요인들이 악화되지 않는다면 이 같은 회복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기간 성장세를 이끈 것은 수출과 정부소비다. 스마트폰과 반도체 등 일부 국내 주력 수출제품이 선전하고 정부의 예산 조기집행 등이 영향을 미쳤다.
건설투자도 전기 대비 3.3%로 높은 성장세를 보이긴 했으나 이는 지난해 지표가 부진했던 데 따른 기저효과로 볼 수 있다. 지난해에만 건설투자는 4분기 내리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 소비·투자심리 살아나야 호전
한은이 올해 전망한 성장률은 상반기 1.9%, 하반기 3.7%로 연간 성장률은 2.8%다. 그러나 하반기 3% 이상 성장하는 데 있어 발목을 잡는 것은 내수와 대외요인이다.
민간소비 증가율이 0.6%로 1분기(-0.4%)보다 좋아지긴 했다. 그러나 실질 GDP 성장률이 0.0%로 바닥을 찍었던 지난해 3분기만 해도 민간소비는 0.8%로 이보다 높았다.
설비투자가 0.7% 감소하면서 1분기 만에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선 점도 투자심리가 악화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정부의 재정과 일부 수출 대기업이 지표상의 성장을 끌어올렸을 뿐, 체감경기 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다는 얘기다.
앞서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대내외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에서도 경기회복을 체감하지 못한다고 답한 기업이 87%에 달했다. 국내 경제의 불안요인으로는 전체 기업의 38.2%가 소비부진을 꼽아 1위를 차지했다.
여기에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 등 최근 불거지고 있는 대외요인은 하반기 성장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2분기 지표를 본격적인 회복기조로 보기에는 다소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가계부채와 고령층의 소비성향 저하 등으로 여전히 소비부문의 성장활력이 크지 않다"면서 "당분간 수출이 성장세를 주도할 것이며, 체감경기의 회복은 상당히 완만하게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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