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지능형전력망(스마트그리드) 관련주로 꼽히는 누리텔레콤이나 옴니시스템을 보면 3년 연속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단순히 대규모 정전(블랙아웃) 우려감에 테마주로 묶여 오름세를 탔지만 내실이 탄탄한 기업으로 보기 어려운 기업도 상당수 있다는 얘기다.
산업계가 절전을 통해 블랙아웃 고비를 넘겼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관련주가 급락하는 모습도 나타나 더욱 주의가 요구된다.
13일 원격검침 솔루션 전문업체 누리텔레콤은 코스닥시장에서 전 거래일보다 7.68%(460원) 내린 553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일 된더위에 이어 발전소 고장마저 잇따르면서 전력 수요가 역대 최고치까지 치솟자 3% 이상 오르며 강세를 보였으나 하루 만에 상승 폭을 반납했다.
또 누리텔레콤은 장중 별도기준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15억3500만원으로 전년 동기 17억8800만원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고 발표했음에도 하락 폭을 축소하지 못했다.
전자식 전력계량 업체 옴니시스템도 전 거래일보다 10.95% 떨어지며 급락세를 보였으며 전자부품 전문기업 세진전자도 10% 이상 밀렸다. 이어 피에스텍(-10.30%) 일진전기(-3.60%) 코콤(-1.79%) 포스코 ICT(-0.85%) 등도 동반 약세를 보였다.
스마트 그리드 관련주들의 급락세는 이날 예비전력이 400만kW 이상으로 유지되면서 블랙아웃 고비를 극적으로 넘겼기 때문이다.
전력수급 경보는 예비전력이 400만㎾ 미만이면 ‘관심’, 300만㎾ 미만은 ‘주의’, 200만㎾ 미만은 ‘경계’, 100만㎾ 아래로 떨어지면 ‘심각’이 각각 발령된다.
한슬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본격적인 여름철 시작으로 전력수급에 비상이 걸렸으며 블랙아웃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며 “그러나 스마트 그리드는 여름철 블랙아웃 해결을 위해 관심을 두는 단기적인 이슈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블랙아웃 해결을 비롯한 환경문제 해결, 대체에너지 활성화, 에너지효율 향상 등을 고려해 관심을 가져야 할 이슈라는 얘기다.
특히 한국은 만성적인 전력 부족 현상이 지속될 수 있는 환경이라 단기보다는 장기적으로 관련주에 접근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심재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의 전력 소비 구조가 산업용 비중이 지나치게 편중돼 있고 한 사람당 전력 소비는 많은 데 비해 생산력은 낮다”며 “만성적인 블랙아웃 우려가 지속될 수 있어 이와 관련된 수혜주는 여전히 스마트 그리드로 제한적이다”고 설명했다.
실제 분야별 전력 소비를 비교해 보면 한국의 산업용 비중이 51%로 전 세계 7위이며 가정용 비중은 13.8%로 전 세계 평균치(27.4%)를 밑돌았다.
심 연구원은 이어 “현재 전력 공급량을 늘릴 방안이 부족하므로 소비량을 억제하는 부분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스마트 그리드주 가운데 전력수요 조절과 관련된 한국전력, 코콤, 피에스텍 등에 대한 관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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